올 여름 나란히 극장가를 찾는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터미네이터5’ㆍ7월2일 개봉)와 ‘협녀, 칼의 기억’(‘협녀’ㆍ8월 개봉)은 각각 할리우드와 충무로에서 만들어졌는데도 몇 가지 공통점을 지녔다. 화려한 액션과 판타지가 스크린 위에 펼쳐질 것이라는 예감이 드는 두 영화는 공통된 문제로 고심하고 있기도 하다. 50억원 협박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배우 이병헌 때문이다.
이병헌은 지난해 두 명의 20대 여성에게 협박을 당했다며 고발해 법적으로 이겼지만, 유부남인 그의 사생활은 언론에 낱낱이 공개되며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대중의 신뢰도 함께 사라졌다.
이병헌의 이런 사정 때문에 두 영화는 개봉 일자 등을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협녀’는 지난해 12월 예정됐던 개봉 날짜를 올해로 바꾸는 등 여러 대책을 세우며 여론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터미네이터5’도 마찬가지였다. 이병헌은 극중에서 액체 금속형 사이보그 T-1000을 맡아 아시아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았으나 한국과 일본 포스터에선 얼굴이 제외됐다. 혹시 국내 여론을 의식한 마케팅 방식이 아니었는지 영화팬들의 의심을 받았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개봉을 하게 된 두 영화지만 아직 숙제가 남아있다. 영화 홍보를 위해 이병헌을 정면에 내세울 것인가하는 고민이다.
‘터미네이터5’의 경우 아놀드 슈워제네거, 에밀리아 클라크 등이 내한해 영화 홍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병헌이 주연은 아니기에 영화 홍보를 위한 행사에서 빠진다 해도 모양새가 그리 나쁘진 않다.
그러나 ‘협녀’의 경우 사정이 확연히 다르다. 이병헌은 전도연, 김고은과 함께 영화의 중심인물이다. 홍보 활동에서 이병헌의 참여는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에서 영화 ‘황야의 7인’ 촬영을 하고 있는 이병헌이 한국에 들어와 홍보 활동에 참여할 것인지 관심이 쏠렸다.
결국 이병헌이 ‘협녀’의 홍보활동에만 참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20일 알려지면서 네티즌은 여전히 싸늘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홍보 안 하는 게 제작자 도와주는 일”, “영화 홍보 말고 더 자숙하길”, “영화 속 캐릭터로만 보여지지 않아 몰입도 떨어진다” 등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국내 연예계는 이병헌이 ‘협녀’ 홍보 일정을 소화하며 국내 무대에 본격적으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대 인사 등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방송에도 노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판적인 여론이 여전해 영화사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터미네이넡5’와 ‘협녀’는 개봉 일자라도 확정을 지었다. 이병헌이 출연한 또 다른 한국영화 ‘내부자들’은 아직도 개봉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크랭크업을 했으나 1년여 동안 표류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 ‘지.아이.조’와 ‘레드: 더 레전드’ 등을 통해 할리우드 스타로 자리한 이병헌을 등에 업고 올해 특수를 노릴 수 있었던 충무로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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