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돌아선 걸까. 꾸준하던 추가 환자 발생이 멈췄다. 하지만 새 ‘슈퍼 전파자’나 감염 확산 거점이 등장할 가능성마저 사라진 건 아니다. 특히 만성콩팥병환자 109명이 격리 입원 중인 강동경희대병원이 주목 대상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20일 추가 확진자가 없다고 밝혔다. 사망자도 늘지 않았다. 확진일 기준 추가 환자수가 13일 7명, 14일 5명, 15일 4명, 16일 8명, 17일 2명, 18일 2명으로 최근 한자릿수를 유지하다 이날은 추가 환자가 아예 나오지 않은 것이다.
발병일을 기준으로 해도 메르스의 누그러진 기세가 눈에 띈다. 복지부가 배포한 노출기관별 환자 발병일 분포를 보면 하루 만에 환자 19명이 발생한 이달 1일을 정점으로 환자 증가세가 꺾이고 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비롯된 1차 유행은 이미 종식됐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시작된 2차 유행 곡선도 가느다란 꼬리만 남겨둔 형상이다. ‘집중관리병원’으로 지정된 병원 중 건양대병원, 대청병원, 건국대병원, 을지대병원, 메디힐병원, 창원SK병원 등에서 신규 환자가 나오지 않은 것도 메르스가 진정세로 향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는 목소리도 높다. 새로운 ‘슈퍼 전파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방역당국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송요원인 137번(55) 환자에게서 추가 환자가 발생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환자는 2일 메르스 증상이 발현되고도 10일까지 열흘 가까이 근무를 계속하며 바이러스를 주변에 퍼뜨렸을 확률이 높다.
다행히도 이 환자에게서 비롯된 신규 메르스 환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같은 병원에서 의료진이 규정을 충족하지 않는 개인보호구를 착용했다가 메르스에 감염되는 사례도 확인돼 미흡한 보호구 탓에 추가 감염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의료진 다수가 감염 의심 증상을 보인 아산충무병원, 투석실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강동경희대병원 등에서도 감염이 확산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투석환자 메르스 감염 나올라
보건당국과 서울시가 특히 주목하는 지점은 만성콩팥병환자 109명이 격리 입원 중인 강동경희대병원이다.
강동경희대병원에는 이 병원 투석실에서 165번 환자(79)에게 직ㆍ간접 노출된 혈액투석 환자 109명이 이달 18일부터 격리돼 있다. 165번 환자는 이달 5~6일 이 병원 응급실을 찾은 76번 환자(75ㆍ여ㆍ사망)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보건당국이 파악하기에는 165번 환자는 9일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고서 16일까지 2~3일 간격으로 강동경희대병원의 지하 1층 투석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기간 투석실을 이용한 환자는 109명이다.
중동에서 메르스 바이러스는 심각한 신장 합병증을 일으키는 양상을 보인 터라 만성콩팥병을 앓는 이들이 감염될까 보건당국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메르스에 감염되면 단시간에 병세가 중증으로 악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보건당국과 서울시는 이 병원에 격리된 신장투석환자 중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면 곧바로 철저한 음압격리와 전문치료가 가능한 메르스 진료기관으로 옮길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다.
다행히 20일 오전 현재 의심증세를 보이는 투석환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강동경희대병원에 상주연락관을 파견, 병원이 요청하는 사항을 즉각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놓았다. 디지털뉴스부ㆍ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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