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국회법 이송과정 문제 제기
최근 여의도 정가에서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만큼 욕을 많이 먹는 국회의원도 드물다. 각종 법안들이 본 회의로 가는 마지막 길목이라 할 수 있는 법사위의 문턱을 높여 동료 의원들에게 원성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정의화 국회의장의 수정안을 여야 원내대표가 받아들여 정부 이송을 눈 앞에 뒀던 개정 국회법에 대해서도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며 지연시켜 국회를 술렁이게 했다. 이 위원장은 19일 “누구보다 법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과 원내대표가 얼렁뚱땅 일을 처리하는데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며 “목적을 중시해 절차적 정의를 지키지 않다 보면 졸속 부실화 될 수밖에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_국회법 이송과정의 이의제기에 대해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불만들이 많다.
“국회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절차적 정의를 지켜야 한다. 목적에 정당성이 필요한 만큼 절차적 정당성도 매우 중요한 가치다.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수단과 방식이 적절하지 않으면 전체가 잘못된 거다. 맨날 정부 부처나 피감기관들에게 ‘왜 졸속으로 일을 처리하냐’고 지적하는 국회 스스로 절차적 정의를 지키려는 의지와 실천이 필요하다.”
_법사위가 월권한다는 지적도 많다.
“의원들끼리 각자 추진하는 법안 통과를 위해 서로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때로는 법안에 흠이 있어도 눈감아 주는 경우가 있다. 사회 흐름이 엄벌주의로 가고 있어 법 체계와 관계 없이 무조건 강한 처벌을 하자는 법안들이 많이 나온다. 이런 법안들이 부실처리되지 않도록 법사위원들의 심사 권한을 강화하고 입법조사관과 전문위원도 늘려야 한다. 월권 논란은 한가한 이야기다.”
_법사위원장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미국은 양원제라 상원, 하원이 서로 법안에 대해 견제할 수 있다. 우리는 단원제 국가라 그 역할을 법사위가 한다고 봐야 한다. 국가 재정 상태, 기존 법과 상충 여부 등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다른 상임위에서 성급하게 추진한 법안에 대해 제동을 걸다 보니 별 얘기가 다 나오지만 누군가는 걸러줘야 하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
이 위원장은 윤리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17대 국회(2004년)때는 국정감사 기간 동안 피감기관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진 같은 당 의원들을 윤리특위에 제소, 당시 당 지도부의 철회 요청을 물리치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때문에 이 위원장은 푸근한 외모에 더해 정의를 지키는 ‘호빵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_원칙을 너무 앞세우고 강성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회의 주 역할은 법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다. 며칠 전 법사위에서 하루에 80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런 식으로 한 회기에 150~200개의 법안이 처리되면 전체 법(1,300여 개)의 5분의 1이 바뀌는 거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원칙은 더 확고히 지켜져야 한다.”
▦이상민 의원은
소아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17대 총선에서 대전 유성에 출마한 뒤 18ㆍ19대 내리 지역구를 지킨 3선 의원이다. 초선 당시 법사위 간사를 맡아 여야 대치로 풀리지 않던 사법개혁 합의를 이끌어내며 협상력을 인정 받았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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