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서 그랜드슬램 또 다시 도전
'긍정의 시시포스' 45세 필 미켈슨
1R 19위에도 "오늘 아주 잘했다"
우즈, 또 10오버파 80타 체면 구겨
필 미켈슨(45ㆍ미국)은 ‘긍정의 시시포스’에 비유된다. US오픈에서 14년 간 여섯 차례나 준우승에 그친 미켈슨은 평생 바위를 언덕 위로 굴러야 하는 그리스 신화 속의 인물 시시포스와 닮았지만 “매년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 즐겁다”며 웃음 짓는다.
미켈슨은 19일 미국 워싱턴 주 유니버시티 플레이스의 체임버스베이 골프클럽(파70ㆍ7,526야드)에서 열린 제115회 US오픈 1라운드에서 1언더파 69타를 쳐 공동19위에 머물렀다. 긍정적인 성격으로 알려져 있는 미켈슨은 이날도 순위와 무관하게 언더파로 마무리했다는 사실에 “오늘 아주 잘 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미켈슨은 US오픈 우승이 누구보다 간절한 선수다. 그는 마스터스에서 세 번의 우승을 거뒀고 브리티시오픈과 PGA 챔피언십에서 한번씩 우승해 총 다섯 번의 메이저 타이틀을 수집했다. 하지만 미켈슨은 US오픈에서 1999년, 2002년, 2004년, 2006년, 2009년, 2013년까지 총 6차례나 준우승에 그치면서 주변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는 매년 커리어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석권)의 남은 퍼즐을 맞추기 위한 도전을 계속했지만 늘 다 잡은 우승을 손 안에서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미켈슨은 오히려 US오픈의 실패가 ‘롱런’의 비결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대회 직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릴 적부터 실패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여전히 US오픈에서 우승하고 그랜드슬램을 달성해야 한다는 커다란 장애물을 안고 있지만 이 도전이 즐겁다”고 미소를 지었다. 절대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US오픈 우승이 부담이기보다는 흥미진진한 도전이라는 것이 미켈슨의 설명이다.
미켈슨은 우승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골프를 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그는 체육관에서 체력을 길렀고 몸을 날렵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단련 끝에 마흔 다섯인 그의 스윙 속도는 어느 때보다 빨라졌다.
지난 16일 생일을 맞이한 미켈슨은 “이제 나는 마흔 다섯 살이다. 나는 여전히 골프를 사랑하고 내가 이 정도 레벨에서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1라운드 공동 선두에는 메이저 우승 경험이 없는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 더스틴 존슨(미국)이 올랐다. 두 사람은 이날 나란히 5언더파 65타를 쳤다. 올 시즌 마스터스 챔피언 조던 스피스(미국)는 2언더파 68타로 공동 7위에 올랐다. 유럽투어 BMW PGA챔피언십 우승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안병훈(24)은 버디는 2개에 그치고 보기 5개를 쏟아내 3오버파 73타로 공동 79위에 머물렀다. 2011년 US오픈 챔피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2오버파 72타, 공동 52위로 마무리했다. 타이거 우즈(미국)은 보기 8개로 10오버파 80타를 치며 또 한번 체면을 구겼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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