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여름인가보다. 많이 덥다. ‘여름’하면 떠오르는 것은? 매미, 수박, 장마, 해수욕, 삼계탕 그리고 남자들의 음흉한 눈빛 ㅋㅋ.
어느 날 후배 셰프가 레스토랑을 오픈해서 축하 자리를 갖고 있었는데 내가 출연하고 있는 EBS 요리 프로그램 ‘최고의 요리비결-서태화의 완판 10분 레시피’ 작가에게 전화가 왔다. 여름이니 보신 음식 레시피 준비를 해보자고 했다.
일이나 문제가 있으면 빨리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동석하던 후배 셰프에게 전화 내용을 얘기하고 보신 음식에 관한 토론을 시작했다. 먼저 ‘주재료를 뭘로 할까’부터 어떻게 조리 할 것인가, 좀 더 건강하게 만들 방법은 없는가. 후배 가게 오픈 축하 자리가 졸지에 레시피 개발 회의로 전락하고 말았다 ㅋㅋㅋ.
그래도 음식을 하는 사람들끼리는 음식 얘기하는 게 최고의 즐거움. 얘기가 무르익으면서 점점 맛있는 음식이 완성됐다. 한참 얘기를 하다가 닭으로 결론이 났다. 역시 여름 보신에는 닭 음식이 최고! 또 가장 친숙한 여름 보양식인 삼계탕을 재해석 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자~ 그렇다면 삼계탕의 재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기존 삼계탕에 들어가는 재료는 빠짐없이 넣어야한다는 게 첫 번째. 그리고 사람들이 맛을 봤을 때 ‘어라~ 삼계탕이네?’하고 말할 수 있게 맛을 내는 것이 두 번째, 세 번째는 전혀 삼계탕스럽지 않게 보이도록 하는 것이었다.
닭의 어느 부위를 사용 할 것인가? 인삼은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닭을 구울 것인가? 삶을 것인가? 등 수많은 의견을 주고받다가 후배가 ‘롤라드’를 만들자는 의견을 내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롤라드는 고기에 속을 채워 돌돌 만 요리다. 나는 닭 가슴살을 저미고 속에 닭다리살을 채워 가슴살의 부족한 맛을 채우기로 했다. 조리는 닭가슴살의 퍽퍽함을 줄일 수 있는 ‘수비드’(sous-vide, 밀폐된 비닐봉지에 담긴 음식물을 미지근한 물 속에 오랫동안 데우는 조리법)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고기 속에 인삼을 넣는 것 외에, 소스에도 인삼과 대추를 넣기로 했다. 눈으로 보면 서양음식이지만 맛을 보면 삼계탕 맛이 나는 ‘인삼 치킨 롤’은 이렇게 완성됐다.
머리로 만든 음식을 실제로 만들었을 때, 생각대로 모양이나 맛이 완성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했을 때도 이런 기분이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희열이 쏟아진다. (※ ‘인삼 치킨 롤’을 개발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후배 김선호 셰프에게 무한 감사드립니다. 내가 나중에 이 메뉴로 식당을 하게 되면 지분을 확실히 줄 것을 약속합니다.^^)
배우 겸 요리사.
● 인삼 치킨 롤
- 재료: 닭가슴살 3쪽, 닭다리 4개, 인삼 100g, 건대추 5알, 닭 육수150ml, 생크림 50ml, 버터 20g, 발사믹 식초, 소금, 후춧가루 약간씩
- 닭다리살 양념 재료: 다진 마늘 1 큰 술, 다진 인삼 1 큰 술, 다진 파 1 큰 술, 간장 1½ 작은 술(7ml), 설탕 1 작은 술, 소금 1/3 작은 술, 참기름 약간
● 조리법
1.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다진 마늘과 다진 파를 넣어 노릇할 때까지 볶는다. 불을 끈 다음 간장, 설탕, 소금을 넣는다. 설탕이 녹으면 다진 인삼 1 큰 술과 참기름을 넣어 잘 섞어 양념을 만들어 둔다.
2. 닭다리살은 살코기를 발라낸 뒤 다져서 양념장에 무치고, 닭 가슴살은 얇게 저민 다음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한다.
3. 2의 닭 가슴살에 양념한 닭다리살을 올리고 김밥을 말듯이 말아준다. 그런 다음 랩으로 싸서 단단하게 고정한 뒤 양쪽 끝을 묶는다.
4. 물이 끓으면 중간불로 줄이고 랩에 싼 닭고기를 넣는다. 15분간 삶다 건져내 한 김 식힌다. 이때 물이 팔팔 끓지 않도록 잘 살피는 것이 중요.
5. 4가 한 김 식는 동안 소스 팬에 닭 육수와 생크림을 넣고 끓이다가 약간 자작해지면 버터, 다진 인삼, 채 썬 대추를 넣고 걸쭉한 농도가 될 때까지 졸인 뒤 소금, 후추로 간한다.
6.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4의 한 김 식힌 닭고기 롤의 랩을 벗긴 뒤 팬에 올려 노릇할 정도로만 굽는다.
7. 잘 구워진 닭고기 롤을 어슷하게 썰어 미리 만들어둔 소스와 발사믹 식초를 뿌려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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