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 웨어러블 업체 '핏빗' 창업
美 시장 점유율 68% 압도적 우위
하버드대 중퇴 후 창업ㆍ회사 매각
닌텐도 '위' 즐기다 '핏빗' 창안
하버드대를 중퇴한 30대 한국계 사업가가 세 번의 창업 도전 끝에 6,600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미국 건강관리용 웨어러블 기기 전문업체 핏빗(Fitbit)이 18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됐다. 전날 주당 20달러로 매겨진 공모가격이 이날 하루 10달러 가까이 상승한 것. 덕분에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이자 2,000만주를 보유한 대주주인 제임스 박(39·사진)이 단숨에 6억달러의 자산가 반열에 올랐다.
제임스 박의 성공 공식은 미국 청년 정보통신(IT) 갑부들의 전형이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처럼 하버드대 컴퓨터공학과를 중퇴하고 일찍부터 벤처 창업을 준비했다. 창업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형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가 1999년 에페시 테크놀로지, 2002년 와인드업 랩스라는 벤처 기업을 잇따라 창업했다. 이렇게 창업한 기업을 2005년 시넷 네트웍스에 넘긴 뒤 그 회사에서 상품개발 담당자로 일하다가 2007년 애플보다 먼저 웨어러블 운동측정 기기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핏빗을 창업했다.
당시 격무로 몸매가 망가진 제임스 박은 집에서 닌텐도 게임기 ‘위’를 즐기다 핏빗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동작을 감지하는 센서와 게임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초소형 웨어러블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동료 에릭 프리드먼과 함께 40만달러의 자본을 모았으나, 얼마 안가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시 자신의 초기 구상을 담은 회로기판을 나무상자에 넣어 투자자를 찾아 다녔다. 2008년 둘이 처음 사무실을 얻었을 때 목표는 ‘사전주문 50개’였다. 하지만 하루만에 2,000개의 주문이 쏟아져 자신들도 믿기지 않았다. 둘은 즉시 아시아로 날아가 자신들이 설계도를 실현시켜 줄 제작자를 찾기 시작했다. 제임스 박은 과거 인터뷰에서 “아시아의 제작자를 찾아 3개월을 돌아다녔는데, 7번 정도 죽기 직전까지 갔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고난 끝에 탄생한 웨어러블 기기는 걸어 다닐 때에는 심장박동이나 칼로리 소모량을, 잠잘 때에는 수면의 양과 질을 측정해 건강을 관리해주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2009년 말 핏빗의 첫 제품 트랙커는 5.000개가 팔렸고, 2만개의 주문이 밀려있을 정도였다.
핏빗이 개척한 웨어러블 시장에 나이키, 필립스 등 글로벌 강자들이 후발주자로 뛰어들었지만 추월하지 못했다. 2011년에는 제품 사용자의 ‘이불 속 행위’데이터가 고스란히 기록돼 사용자도 모르는 사이 구글을 통해 공개되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이 소동이 오히려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결과가 되기도 했다. 미국의 시장조사 전문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2013년 4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미국 시장에서 핏빗 점유율은 68%로 나이키(10%)를 압도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은 핏빗 제품을 임상연구에 사용하고, 에너지음료 회사인 ‘레드 불’(Red Bull) 등은 직원 건강관리를 위해 핏빗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회사 매출도 급증 추세다. 2012년 7,600만 달러였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7억4,500만 달러로 늘었다. 이번 주식 공모에서도 핏빗은 당초 17∼19달러를 공모가격으로 정했으나 투자자들이 예상보다 많이 몰리면서 공모 규모를 3,450만 에서 3,660만 주로 늘리고 공모가격도 20달러로 높였다.
이번 상장 성공으로 공동 창업자 에릭 프리드먼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억만장자 대열에 올랐고, 설립초기 벤처자본가로 투자한 조너선 칼라건의 재산도 12억달러(4,090만주)가 늘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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