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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현실 알면서도 대학을 포기한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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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현실 알면서도 대학을 포기한 젊은이들

입력
2015.06.1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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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 투명가방끈 지음/ 오월의봄ㆍ336쪽ㆍ1만4,000원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 투명가방끈 지음/ 오월의봄ㆍ336쪽ㆍ1만4,000원

노골적으로 학벌을 이유로 차별하진 않더라도 “지잡대(지방 잡대학)출신은 좀…”이라는 반응은 흔히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76%는 “학벌이 인생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청년 모임 ‘투명가방끈’은 2011년부터 입시ㆍ대학거부 선언 운동을 벌이며 이런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이들은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에서 대학 거부 이후의 삶을 고백한다. 이찬우는 병역을 연기하고 부모님의 지원을 받기 위해 결국 대학을 갔고, 다른 이들은 불안정한 돈벌이 수단에 의지하며 생활을 고민했다. 용기 있게 대학을 거부한 이들조차 대학을 가야 뭐라도 한다는 통념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호야는 ‘정해진 삶의 궤도’를 이탈한 데서 오는 막연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고 고백하고, 엠건은 사람들의 무신경한 학력 차별에 상처를 받은 경험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실패담’일까. 투명가방끈 활동가들은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리기는 대학을 갔거나 가려는 이들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대입을 준비하는 고교 3학년 이연주씨는 “결국 좋은 집안 아이들이 머리가 좋다”고 자조했다. 부모의 부가 자식의 학력으로 연결되는 현실을 꼬집은 말이다. 대학생 진탑씨는 “대학은 고통”이라고 요약한다. 대학교는 기업의 요구에 의해 취업 사관학교로 전락한 지 오래고, 대학생들은 ‘스펙(능력 증명)’을 쌓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수능시험일에 '대학입시 거부 선언'을 발표하는 투명가방끈 회원들. 대학을 거부함으로써 학벌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청년들의 운동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능시험일에 '대학입시 거부 선언'을 발표하는 투명가방끈 회원들. 대학을 거부함으로써 학벌사회에 문제를 제기하는 청년들의 운동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학 거부자들은 잘못된 것은 자신이 아니라 학벌사회임을 강조하며 천편일률적인 교육제도를 개선하고, 대학 서열을 철폐하고, 보편적 복지를 요구하자는 대안을 제시한다. 학벌 문제는 한국 사회를 짓누르는 총체적 불평등의 결과이기에 이들이 꿈꾸는 미래 역시 사회 전체의 변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들이 선언 말미에 “우리의 문제의식에 동감하며 함께하는 이들은 모두 투명가방끈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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