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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한여름 날의 홈런처럼

입력
2015.06.19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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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야구를 모른다. 내가 나고 자란 몽골에서는 야구를 안 해봤다. 한국에 와서 남편이 주말마다 사회인 야구를 하러 나가는 순간부터 야구를 알게 되었다. 남편은 투수를 하면서 공을 던지는 역할을 한다. 야구에 대한 상식은 딱 여기까지였다. 세월이 흘러 아들, 딸 낳고 사는데 어느 순간에 아들이 다 커 야구 선수가 꿈이라고 했다. 주말마다 아빠를 따라다닌 결과다.

아들이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 수업 후에 훈련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밤 10시다. 그래도 학교 숙제하고 그날 못한 운동을 더하고 잔다. 겨울에는 추워 살이 파랗게 되어 갈색 비스무리하게 변하고, 여름에는 햇볕 때문에 땀띠에 가려움까지. 때로는 훈련 중에 다치기도 한다. 야구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내가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워 도대체 야구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느냐며 그만하라고 했다. 그래도 아들이 야구 선수의 꿈을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인생은 야구다’

인생은 야구이다/ 언제 뒤집힐 수도 있고/ 잘 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야구이다/ 1회는 인생의 시작이고/ 9회는 내 인생의 마지막이다/ 그리고 홈런은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 할 때다.

아들이 쓴 이 시를 보고 울컥했다. 그때부터 야구에 관심을 갖고 유심히 보니 야구가 우리 인생과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 맞다. 야구는 9명이 한 팀으로 상대와 1회에 시작해서 9회 말 까지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해 플레이를 한다. 넒은 그라운드 위에 올라서면 모든 것이 한눈에 보인다. 경기 중에 수많은 기회가 오가고 그 기회를 잡았을 때의 기쁨도 있고 놓쳤을 때의 아쉬움도 있다. 경기 끝까지 그라운드에서 벗어 날수가 없다. 결과를 떠나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날아오는 공을 향해 방망이 휘두를 때마다 홈런을 외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도 포기 없이 다음 기회에 도전해본다.

우리도 삶의 시작부터 끝까지 인생이란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수많은 기회를 놓치고 잡으며 홈런을 꿈꾸며 산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보고 본인이 직접 하면서 아들은 인생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이다. 야구를 통해 인생의 맛을 알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기 꿈을 일궈내겠다는 아들이 대견스럽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간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홈런은 누구나 아무 노력 없이 치는 게 아니다. 홈런을 잘 치는 어느 선수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몇 년 동안 피같은 땀을 흘리면서 하루에 몇 천 개 의 공을 치며 연습한 노력의 결과라는 뜻이다. 그리고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훈련 중에도 누군가 공을 던져 줘야 연습을 할 수 있다. 그라운드에 올라 갔을 때는 각자 자기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며 승리를 기뻐하고 실패를 아쉬워하며 설욕할 힘을 얻는다.

우리 삶도 그렇다. 한국에 사는 이주민들은 서로 다르지만 행복하게 살려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문화가 다양하고 언어가 안 통해도 항상 서로 이해하며 배려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야 한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어려움 속에서 누군가가 홈런을 칠 때 모두 응원과 칭찬을 보내며 다음 홈런은 나의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야구에 대해 아무도 몰랐던 내가 이제는 여름이 되면 야구 시즌이 시작되길 기다리고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나름의 분석도 한다. 한국의 여름이 유난히 더운 것은 야구 선수들과 야구를 보는 사람들의 뜨거운 열정 때문에 온도가 올라가서 그렇다는 것을 알게도 됐다. 이 더위를 잠시나마 식혀주는 것은 녹색 그라운드 위를 시원하게 지나가는 홈런볼이다.이처럼 우리 모두 인생을 살면서 끝없는 노력을 통해 한 여름날 홈런처럼 빛나게 꿈을 펼칠 수 있길 바란다.

막사르자의 온드라흐 서울시 외국인부시장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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