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한화와 SK의 시즌 9차전이 열린 18일 대전 구장. 한화가 2-7로 패하며 2연패에 빠졌다. 경기 중반까지 2-2로 팽팽하던 흐름은 6회초 2사 1ㆍ3루에서 나온 이재원의 홈런 한 방으로 SK 쪽으로 넘어갔다. 한화 선발 송창식은 5회까지 호투했지만 주무기 포크볼이 한 가운데로 몰리며 무너졌다. 4일 휴식 후 선발 등판한 그가 87번째로 던진 공이 문제였다.
그렇다면 한화 벤치는 이재원의 타석 때 왜 송창식을 교체하지 않았을까.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늘 주목 받는 김성근 감독이 참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뜩이나 송창식은 앞선 타석에서 이재원에게 투런포를 허용했다. 누가 봐도 교체를 고려해 볼 만 했다. 하지만 니시모토 다카시 투수 코치가 올라가서 짧은 대화를 나눴을 뿐, 김 감독은 그대로 송창식을 밀어붙였다. 또한 어렵게 승부하란 지시도 나오지 않은 듯, 송창식은 초구부터 몸쪽 직구를 찔러 넣었고 2구째도 포크볼을 던지며 바로 승부에 들어갔다.
평소 김 감독의 마운드 운용 방식을 볼 때 박정진이 나오는 타이밍이었다. 그는 올 시즌 이재원과 4차례 맞붙어 무피안타로 상당히 강하기까지 했다. 그것도 삼진 2개에 병살타가 1개였다. 하지만 박정진은 이날 '데이 오프(휴식일)'였다.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무조건 등판하지 않기로 약속이 돼 있었다.
박정진은 한화 불펜의 '키'다. 김성근 감독이 승부수를 던지는 시점에 어김없이 마운드에 오른다. 한화는 박정진이 등판해 임무를 마치면 무조건 권혁, 윤규진이 나오는 식이다. 다른 불펜 투수들은 박정진이 출격하는 순간, 신발끈을 하나씩 푼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런데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인 그는 체력 관리를 해 줘야 한다. 포스트시즌이나 페넌트레이스 막판 승부처가 아닌데 당장의 승리를 위해 무작정 기용할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 16~17일 이틀 간 마운드에 오른 그가 이날 경기에서 휴식을 부여 받은 이유다. 박정진이 이재원을 상대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음에도, 김성근 감독은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한화 불펜의 현 주소가 드러난다. 박정진을 빼면 경기 중반 긴박한 상황에서 내보낼 투수가 없는 것이다. 원래 송창식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하지만, 거금을 들여 영입한 FA 송은범이 극도로 부진하며 임시 선발을 하고 있다. KIA와의 트레이드로 데려온 임준섭은 팔꿈치 통증으로 아예 공도 못 던진다. 둘 모두 사령탑의 의사가 강하게 반영된 영입이라는 점에서, 김 감독의 속도 타 들어 갈 듯 하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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