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꽃 값을 아꼈구나' 싶었죠. 매일 꽃을 사오는데 그 값이 다 얼마겠어요."
NC 이호준(39)의 입담은 감동의 순간에도 여전했다. 그는 지난 18일 수원 kt전에서 정성곤을 상대로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올 시즌 15번째 홈런이자 개인 통산 300번째 아치를 그렸다. 이로써 그는 역대 8번째로 300홈런을 달성한 타자가 됐다. 현역 선수 중 300홈런 이상을 때려낸 타자는 이승엽(39·삼성)과 이호준 둘 뿐이다. 그라운드를 돌아 홈으로 돌아온 그는 주장 이종욱이 건네는 축하 꽃다발을 안고 선수단과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이호준은 "우리 캡틴이 '드디어 주네요'라고 하더라"며 껄걸 웃었다.
올해 우리 나이로 불혹이 된 그는 39세 4개월 10일로 종전 박재홍(39세 26일)이 가지고 있던 역대 최고령 300홈런 기록도 갈아치웠다. 보통의 야구선수라면 전성기가 한참 지났을 나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건재하다. 최근 2년 연속 20홈런을 때려내며 중심을 든든히 지켜내고 있다. 올 시즌에는 67타점으로 타점 선두도 달리고 있다. 그가 빠진 NC 타선은 생각할 수 없을 정대로 그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팀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더 빛나는 베테랑이다. 사실 그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후배들에게 '사과'를 했다. 지난달 30일 KIA전에서 299홈런을 때려낸 뒤 그는 2할 초반 대의 타율에 머물 만큼 고전했다. '300홈런'을 의식하며 흔들리는 모습이 자신도 모르게 나왔다. 그는 "정말 의식을 안 하려고 전광판도 안 보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타석에 들어서면 몸이 의식해서 주자가 없을 때는 자꾸 큰 걸 노리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져 멘탈도 흔들리더라"고 고백했다.
그 사이 팀의 분위기도 침체됐다. 이호준은 "내가 홈런을 못치고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보이니 팀 분위기도 가라 앉아 굉장히 미안했다. 그래서 경기 시작 전 팀원들에게 '형이 너무 팀 생각을 하지 않고 했다. 팀 위해서는 짧게, 짧게 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팀에 미안했던 마음을 300번째 홈런으로 갚았다.
그가 써내려 가고 있는 기록은 홈런 뿐만이 아니다. 그는 현재 1099타점을 기록해 통산 최다 타점 부문에서도 단독 4위로 올라섰다. 현역 타자들 중에서는 이승엽(1247타점)에 이은 2위다. 이호준은 "타점은 중심타자의 자존심이다. 중심타자는 타점에 목숨을 건다"며 웃음지었다. 그가 쌓아 올린 타점을 보면 그가 팀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호준은 "중심 타선이 왜 중심타선인가. 앞에 타자들이 밥상을 잘 차려주면 중심에서 해결을 해줘야 한다. 중심타자가 해결을 못하면 그날 경기가 힘들어진다. 어떻게 해서든 주자를 불러들이고, 잘 쳐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자 베테랑의 품격이다.
대기록을 달성한 순간, 그는 여전히 팀을 이야기 했다. 이호준은 "앞으로 팀이 정상에 올라설 때까지 중심타선에서 더 많은 안타, 더 많은 타점을 내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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