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향하던 중 빠져나가
김정은 방중 위한 준비작업 관측도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중국을 거쳐 아프리카 순방에 나섰다. 미국 중심의 국제사회 여론을 극복하기 위해 외교 채널을 다양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리 외무상이 중국에 머무르는 동안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방중 여부를 조율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리 외무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정부 대표단이 18일 아프리카 방문을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그러나 이번 순방단의 자세한 방문국과 목적, 일정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최근 국제사회에서 압박이 고조되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아프리카, 동남아, 동유럽 국가 등을 상대로 전방위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리 외무상은 지난 3월 벨라루스를 방문했고, 4월엔 북한 인도 수교 42년 만에 처음으로 인도를 찾았다.
하지만 리 외무상이 중국에서 일시적으로 체류한다는 점에서 중국 고위 인사들과 접촉하는 추가적인 일정을 잡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일본 교도 통신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이날 정오께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북한 대사관측이 마련한 차량을 타고 공항을 빠져 나갔다.
북한 입장에선 김정은의 9월 전승절 행사 참석을 조율하는 문제가 시급한 상황이다. 김정은이 9월 3일 전승절 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보다는 그 전에 중국을 기습적으로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양자회담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국제 외교 경험이 없는 김정은으로선 다자 무대가 부담스럽고, 중국과의 소원해진 관계회복을 위해서도 독대가 낫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북한이 6ㆍ15 공동선언 15주년에 맞춰 전격적으로 조건부 대화 제의를 했지만, 이후 남북한 공히 탐색전만 벌이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하면서 동시에 중국과도 협력에 나서 고립무원의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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