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도 한국에서 국가배상 청구 가능”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1975년 서울에서 유학하다 간첩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가혹행위를 당한 허모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1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일동포인 허씨는 2006년 일본으로 귀화했는데, 이번 판결은 일본인이 한국에서 겪은 불법행위에 대해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대법원 판례로 남게 됐다.
1943년 일본에서 태어난 허씨는 대학을 다니다 73년 서울대 의대로 유학을 왔다. 허씨는 75년 중정 수사관들에게 영장 없이 불법 체포돼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국가기밀을 수집 누설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1ㆍ2심에서 징역 3년6월, 자격정지 6월을 선고 받았으나 79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허씨는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위원회가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자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허씨가 불법행위 당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배상청구권을 취득했는데 이후 국적을 상실했다고 해서 그 권리가 상실된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국가배상법 제7조가 외국인에 대한 배상에서 해당 국가와 상호보증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우리와 일본의 국가배상법 규정 내용이 유사하고 우리 국민이 일본에서 국가배상 청구를 했을 때 실제 인정되고 있으므로 양국 사이에 국가배상법에서 정한 상호보증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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