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7개팀ㆍ평균 관중 100명 안팎
1ㆍ2부 저변 탄탄한 스페인 상대로
본선 출전 두 번째 만에 쾌거
경기 최우수선수로 뽑힌 지소연
"필승 각오로 뛰어… 우승한 기분"
한국여자축구가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과 첫 승리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한국은 18일 캐나다 오타와의 랜스다운 스타디움에서 열린 열린 2015 캐나다월드컵 조별리그 E조 3차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뒀다.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승점 4)를 기록한 대표팀은 조 2위로 올라서 사상 처음으로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003년 미국 월드컵 이후 두 번째 본선 진출 만에 이뤄낸 성과다.
여자 대표팀이 일군 16강행 첫 발자국은 남자축구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과 무관심 속에 잉태돼 더욱 의미가 깊다.
코스타리카전에서 헤딩골로 한국에 첫 승점을 안긴 주인공 전가을(27ㆍ현대제철)은 지난달 18일 열린 월드컵 출정식에서 눈물로 선수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전가을은 출정식에서“대한민국에서 여자축구 선수로 산다는 것이 좀 외로웠다. 이 자리 오기까지 정말 많이 노력했다”는 말과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려 축구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어 그는 “지금 흘리는 눈물이 헛되지 않도록 감동적인 경기를 보여주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전가을의 다짐처럼 대표팀은 단 12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남자 축구가 첫 본선 진출 48년 만에 16강에 진출한 것에 비하면 4분의 1밖에 걸리지 않았다.
실제 국내 여자축구리그(WK)는 7개팀에 불과하다. 인천현대제철과 서울시청, 수원시시설관리공단, 대전스포츠토토, 부산상무, 이천대교, 화천국민체육진흥공단이 그들이다. 해외파는 박은선(29ㆍ로시얀카)과 지소연(24ㆍ첼시 레이디스) 2명뿐이다. 이날 동점골과 역전골을 쏘아올린 조소현(27ㆍ현대제철) 과 김수연(26ㆍKSPO) 등 전원이 WK리그 소속이다. ‘무료입장’이지만 경기장을 찾는 평균 관중은 100명 안팎이다.
반면 스페인은 1부 리그에서만 16개팀, 2부리그에서도 7개그룹이 저변을 형성하고 있다. 인적 자원에서 한국여자축구는 스페인에 명함도 못 내미는 지경이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에서도 스페인이 14위, 한국은 18위였다.
그러나 16강행 티켓은 한국의 몫이었다.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가 선정한 2015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한 대표팀 주포 지소연은 “일본도 여자 축구가 인기가 없었지만, 월드컵에서 우승하고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며 늘 대표팀의 선전을 다짐했다. 지난 4월 17년 만에 홈에서 열린 A매치 러시아와의 친선경기에서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주문을 되뇌었던 그다. 1년에만 수 차례 열리는 남자축구 A매치에 비해 1998년 이후 처음 열린 A매치에서 지소연은 한국여자축구의 힘과 매력을 전부 보여주고 싶어했다. 그랬던 지소연은 당시 편도 10시간이 넘는 비행에 피로가 쌓였음에도 결승골을 터뜨리며 러시아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지소연은 박은선과 함께 이코노미석에 몸을 싣고 출국해야 했다.
지소연은 이날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끊임없이 스페인의 문전을 위협해 FIFA가 선정하는 경기 최우수선수(POM)로 선정됐다. 경기 후 그는 “1승1무1패를 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서 정말 기쁘다. 오버하는 것 같지만 우승한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외신들도 “한국의 첫 승이 최상의 타이밍에 나왔다”고 평했다. 미국 스포츠전문 채널 ESPN은 “전반전에 압도당한 한국이 후반과 같이 경기력을 회복하리라 예측한 이는 거의 없었다”면서 “한국이 월드컵 출전 두 번째 대회, 6경기 만이자 최상의 타이밍에 역사적 첫 승리를 거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NBC스포츠도 “후반전 한국팀은 목숨이 걸린 듯 스페인을 공격했고 두골을 성공시켰다”고 보도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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