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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물백신' 고위직은 책임 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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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물백신' 고위직은 책임 모면

입력
2015.06.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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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본부 실무자들 무더기 징계

구제역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기승을 부리며 축산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던 것은 정부가 효과 떨어지는 ‘물백신’을 고집해온 탓이라는 사실을 정부 스스로 인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감사를 통해 실무 책임자들에게 무더기 징계 조치를 내렸지만, 정작 고위직 방역 책임자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구제역 감사를 실시한 결과 백신 선정 과정 등에서 부적절한 사례가 발견됐다며 주이석 농림축산검역본부장(1급)에 대해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를 건의하는 등 관련 공무원 32명에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감사 결과, 검역본부는 지난해 9월 영국 퍼브라이트(구제역 세계표준연구소)로부터 국내에서 사용중인 구제역 O형 백신(O1-Manisa)이 경북 의성군에서 그 해 7월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상관도가 0.14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를 받고서도 이를 농식품부에 보고하지 않은 채 묵살했다. 백신 상관도는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의 면역학적 연관성을 나타내는 값으로 1에 가까울수록 효과가 높으며, 통상 0.3 이상은 돼야 효과 있는 백신으로 평가된다. 검역본부는 지금까지 ‘물백신’논란에 대해 O1-Manisa가 품질이 좋고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추천하는 백신이라 효능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검역본부는 구제역 백신 검정 규정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구제역 백신의 동물용의약품 출하 신청 시엔 국내 제조사가 직접 동물 시험을 실시한 뒤 그 결과를 검역본부에 제출하게 돼 있지만 검역본부는 해외 수출업체가 시험한 성적서만 받고 출하 신청을 받아줬다. 검역본부는 직접 수행해야 하는 동물 시험도 건너 뛰었다. 결국 농식품부는 검역본부의 말만 믿고 엉뚱한 백신으로 대응해왔던 셈이다.

농식품부는 축산 농가들이 “백신(O1-Manisa)이 효과가 없다” 고 불만을 제기할 때마다 “접종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고 백신에는 문제가 없다”며 버텼다. 되레 항체형성률이 기준(30%)에 미달하면 백신 미접종으로 보고 농가에 과태료를 매기기도 했다. ‘물백신’의 실체를 처음 밝힌 것도 정부가 아닌 한돈협회였다. 한돈협회는 퍼브라이트 연구 결과를 확인하고 올해 1월 농식품부장관에게 직접 신형백신(O-3039)으로 교체해 줄 것을 요구했고, 농식품부는 그제서야 부랴부랴 O-3039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4월 28일 충남 홍성군 발생을 마지막으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 본부 소속 공무원 중 이번 감사로 징계 대상에 포함된 최고위직은 당시 방역총괄과장이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구제역 백신 관련 관리 책임은 전적으로 검역본부에 있고, 농식품부에서 관련 전결 권한은 방역총괄과장에 있었기 때문에 그 이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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