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말부터 약 10년을 미국 만화의 골든에이지라 부른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저렴한 펄프매거진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던 시절. 만화가들도 하나 둘 주요 활동무대였던 신문을 떠나 펄프잡지로 이동했고, 차제에 전문 코믹북스로 승부를 보자며 출범한 게 1934년의 저 유명한 ‘DC코믹스’였다. ‘DC코믹스’는 슈퍼맨(38년) 배트맨(39년) 원더우먼(41년) 등 슈퍼히어로물들을 잇달아 발표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그 부푼 파도에 냉큼 올라선 게 39년의 ‘마블코믹스’였고, 41년 캡틴 아메리카로 대박을 터뜨린다. 두 출판사는 지금도 미국 만화 시장의 약 80%를 거머쥔 양대 강자다.
50년대 냉전과 매카시즘의 억압적 사회분위기는 코믹월드에도 불어 닥쳤다. 사회 이념이 경직되면서 가정, 종교, 윤리 등 전통적인 가치들이 덩달아 부풀어올랐고, 만화의 격한 표현들에 반교육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미국만화잡지협회가 자체 검열 기준이라 할 만한 ‘코믹스 코드(Comics Code)’를 만든 건 54년이었다. 고독한 어둠의 전사 배트맨도 어쩔 수 없이 다정다감한 신사로 변신해야 했고, 아이들은 모르겠으나 마니아들은 제 우상을 잃었다. 새로 탄생한 이렇다 할 수퍼히어로도 없었다. 팬들은 영웅들의 귀환을 갈망했다.
거기 등장한 게 56년의 플래시(Flashㆍ사진, 일본 토에이사의 플래시맨은 86년 데뷔)였다. 빛처럼 빨리 달리는 영웅. 플래시가 개척한 길을 따라 옛 영웅들이 재등장했고, 새로운 영웅들이 또 속속 데뷔하게 된다. 스파이더맨과 헐크(62년) 아이언맨과 어벤저스(63년). 팬들은 그 시기를 실버에이지(Silver Age)라 불렀다.
저 파란만장한 만화 시대를 편집자로서 출판인으로서 또 맹렬한 팬으로서 이끌며, 두 시대의 가교를 놓은 주역 가운데 한 명이 줄리어스 슈워츠(Julius Schwartz, 04년 별세)였다. 그는 고교 졸업 직후인 17살 때 최초의 SF 동호인잡지 ‘Time Traveller’를 만들었고, 2년 뒤 ‘Solar Sales Service’라는 장르문학 에이전시를 설립해 ‘데몰리션맨’의 알프레드 베스터, ‘화성연대기’의 레이 브래드버리 등 훗날의 거장들과 작업했다. 하워드 필립스의 첫 작품과 러브크래프트의 마지막 작품을 편집한 것도 그였다. 44년 ‘올 아메리칸 코믹스’의 편집인을 거쳐 이듬해부터 86년 은퇴할 때까지 무려 42년간 ‘DC코믹스’의 편집인으로 재직했다. 플래시와 함께 배트맨(64년)과 슈퍼맨(71년)을 부활시킨 것도 그였다. 1915년 오늘(6월 19일) 뉴욕 브롱크스에서 줄리어스 슈워츠가 태어났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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