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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º] 법무장관의 자격

입력
2015.06.1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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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신임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마친 후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마친 후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정ㆍ관계와 교류가 많은 한 중소기업 CEO가 전해 준 얘기다. 그가 고검장급을 지내고 나온 A를 모임에서 만나기 시작한 것은 1~2년 전이다. A는 퇴임 전 소위 잘 나가는 검사였다. 젊은 시절 엘리트 검사만 거친다는 법무부 검찰국의 요직을 두루 거쳤고, 정책ㆍ기획 분야에서 주로 경력을 쌓아 검찰총장 후보군에도 올랐다. 그러나 그는 퇴임 후 남들처럼 대형로펌에 합류하거나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았다. A는 대신 대학의 석좌교수를 택했다.

직접 겪어본 A는 겸손함과 남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어 있었다. 모임에서도 고위 공직자로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과시하지 않았다. 이미 공직을 떠난 신분인데도 대여섯 번의 모임 동안 1차 자리가 파하면 매번 곧장 집으로 갔다. 성공한 변호사에게 으레 따라붙는 기사 딸린 고급 승용차도 그는 갖고 있지 않았다.

A는 2013년 12월 법무연수원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난 순천대 석좌교수 소병철이다. 재야에서 조용히 지내온 그가 최근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총리 인선 발표가 15분 연기된 게 그를 황교안 총리 후보자 후임 법무장관으로 함께 발표하려다가 새누리당 TK(대구ㆍ경북)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이라는 그럴듯한 소문이 돌면서부터다. 비토의 이유는 1998년 국가정보원에 파견 나갔던 그가 국정원 내 TK 인사 숙청 작업을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따라붙었다. 루머의 내용이 사실인지, 발표 연기가 여당의 비토 때문인지 확인된 것은 없다. 그러나 예전부터 법조계에선 국정원장 법률보좌관에 불과했던 그가 1년도 안 되는 짧은 파견기간 동안 국정원 직원 살생부 작성에 관여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시각이 많았다.

소병철 얘기를 길게 꺼낸 것은 루머의 진위를 따지거나 그가 음험한 지역주의의 피해자임을 옹호하기 위함이 아니다. 박근혜정부의 법무장관 인선 기준이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그는 점차 후순위로 밀리는 분위기다. 인사권자의 재량이 있으니까 거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과연 거론되는 후보마다 공직신분에 걸맞은 자기관리를 해 왔나 철저히 검증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역차별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적어도 나머지 후보들이 법무장관의 자격에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보여야 할 텐데 반드시 그래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 후보군을 보면 인사청문회 때마다 홍역을 치렀던 전관예우 논란은 잊어버린 것인지 유달리 로펌에 몸담고 있는 인사가 많다. 청렴한 검사 이미지로 통했던 안대희 전 대법관이 5개월 만에 16억원을 번 사실로 총리 후보에서 낙마한 게 엊그제 일 같은데 이 정부는 아직 불감증에 빠져 있는 모양이다. 사흘 전엔 대검 중수부장과 서울고검장을 지낸 박영수 변호사가 사건 결과에 앙심을 품은 소송 상대방이 휘두른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관예우가 아니어도 돈을 받고 남의 법률사무를 대리하는 일은 이처럼 공직자에 걸맞은 명예를 지키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하물며 법무장관의 자격으로는 어떤 평가가 내려지겠는가.

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오늘 국회에서 통과한 만큼 조만간 후임 법무장관도 발표될 것이다. 현 정부 들어 황교안 후보자가 2년4개월이나 법무장관을 역임했으니 그의 후임은 대통령 임기 후반을 같이 할 가능성이 높아 무게가 만만치 않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법무장관은 검찰, 행형, 인권옹호, 출입국관리 기타 법무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성완종 리스트 수사 등으로 검찰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을 감안하면 후임 법무장관에게 거는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이미 5대 권력기관장 중 4곳을 영남이 싹쓸이하고 다른 공직에서도 지역편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해서 ‘동종교배 퇴화의 법칙’ 운운하지는 않겠다. 그렇더라도 이번 법무장관 인선만큼은 ‘내 편이 아니면 안 된다’는 구시대 논리를 배제했으면 좋겠다. 법무장관 역할이 세간의 인식대로 대통령의 ‘예스맨’으로 남아선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영화기자 yaa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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