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은 최근 자사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의 홈페이지를 통해 ‘디 에이치(THE H)’의 존재를 처음으로 대중에 드러냈습니다. 꾸준히 ‘힐스테이트’로 경쟁사 브랜드들과 맞섰던 현대건설이 사실상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새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은 셈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디 에이치’는 공식 출시되지 않았는데요. 현대건설 관계자는 18일 “고급형 아파트의 새 브랜드에 대해 내부 논의가 끝나지 않았다”고 애매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도급순위 2위의 국내 대표 아파트 메이커 현대건설이 왜 새 브랜드 출시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것일까요?
부동산114 등이 실시한 아파트 브랜드 선호도 설문 조사에 따르면 래미안, e편한세상, 푸르지오 등이 상위권을 차지한 반면,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는 6위까지 밀려나 있습니다. 업계는 이와 관련해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해 초 현대엠코와 합병한 후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현대건설과 함께 사용하면서 ‘브랜드 파워’가 더욱 약해졌다고 분석합니다.
현대건설이 ‘디 에이치’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꺼내든 것도 이 때문인데요. 하지만 브랜드를 바꾸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당장 힐스테이트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반발이 불가피한데요. 한 건설사 관계자는 “브랜드 선호도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자 내부에서 새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아졌겠지만 힐스테이트 입주자들의 반대 때문에 쉽게 강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더구나 ‘디 에이치’라는 브랜드가 모 건설사 지방 아파트 브랜드명과 동일하다는 것도 논란이 됐습니다.
문제는 20일로 예정된 반포동 삼호가든 3차 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결정 조합원 총회에서 경쟁자인 대림산업, 롯데건설을 앞서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이미 새 브랜드 적용을 약속해 놓았다는 건데요. 브랜드 보강을 통해서라도 올해 강남 재건축 수주 첫 라운드를 잡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현대건설은 “일단 새 브랜드는 삼호가든 3차 재건축을 수주할 경우에 한해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어정쩡한 입장입니다. 다른 아파트에 적용할 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새 고객을 생각하자니 ‘디 에이치’를 내세워야 하겠지만, 기존 입주자들을 고려하자니 선뜻 강행하기 쉽지 않은 건데요. 출시했으나 출시했다고 자신 있게 발표하지 못하는 속사정입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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