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그리고 화단ㆍ텃밭 조성한 우이천로, 올해 서울환경상 대상
서울 도봉구에 우이천로 44길과 46길이란 이름을 부여 받은 170m 길이의 허름한 골목길이 있다. 1970년대 조성된 이 낡은 골목길이 18일 ‘2015년 서울환경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주민들이 열악한 환경을 딛고 골목길 개선에 나선 지 1년 만에 유명 벽화마을 못지않게 생기가 넘치는 서울의 대표 골목길이 된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이 골목길은 후미지고 어두워 지나다니기도 꺼려지는 길이었다. 30~40년 된 주택의 담장들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고, 차도 들어오지 못하는 비좁은 골목길 구석에는 잡동사니와 쓰레기가 방치돼 있었다. 특히 낮에도 컴컴한 골목에선 중ㆍ고등학생들이 모여 몰래 담배를 피우기 일쑤였다.
이 골목에 40년 동안 거주한 이현옥(65)씨는 “강산이 4번이나 바뀌었지만 골목길은 낡아질 뿐 변한 게 없었다”면서 “하루만 지나도 담배꽁초가 한 움큼씩 쌓이고 쓰레기와 폐자재 등이 돌아다녀 주민들 사이에도 다툼이 잦았다”고 말했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참다운 자연,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의 주정수(37) 대표는 이 골목길을 처음 찾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1970~80년대 지은 옛날식 주택이 밀집돼 있고 폭이 2~3m되는 비좁은 골목이 복잡하게 미로처럼 연결돼 있었다”면서 “30~40년 풍경을 재현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후 주 대표는 주민들을 일일이 설득해 본격적인 골목길 환경 개선에 나섰다. 먼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들었다. 가장 먼저 동네의 갈등 요소였던 쓰레기를 치우고 그곳에 화단을 만들기로 했다. 낡은 담장과 계단에 벽화를 채워 넣어 골목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고 공터에는 텃밭을 조성하기로 했다.
주 대표는 “쓰레기를 몰래 버리던 장소에 꽃을 심고 낙서로 얼룩진 어둡고 우중충하던 골목길 담장은 쟁반, 리본 등 벽체 장식과 꽃, 나무, 새 등의 그림으로 단장했다”면서 “처음에는 주민 대부분이 반대를 할 만큼 저항이 심했지만 하나 둘 길이 바뀌는 것을 보고 나중에는 전체 36가구 중 30가구가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독특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다. 골목길 내 포인트가 되는 장소를 선정해 7가지 보물을 조성한 것. 1호 파랑새나무, 2호 사과나무, 3호 희망테이블, 4호 희망쟁반, 5호 텃밭과 빗물저금통, 6호 만복계단, 7호 도봉산이 보이는 벤치 등 아이디어를 접목시켜 골목에 재미를 불어넣었다.
길이 개선되면서 나타난 단적인 변화는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마을 곳곳에 생겼다는 것이다. 자신의 집 담장 밑에 만들어진 화단이나 텃밭, 혹은 마을 공터에 조성된 쉼터 등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주민 김말남(64)씨는 “골목의 외양이 깨끗해지니 기분이 좋고 신기해서 자꾸 문을 열고 나와 한마디씩 하게 되더라” 면서 “전에는 동네가 바뀔 수 있으리란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못했는데 지금은 공동체 문화가 생기고 주민들 얼굴도 한층 밝아졌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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