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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병원감염

입력
2015.06.1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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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옮겨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물과 비누로 손을 깨끗이 닦아야 한다.’ 이 지침을 처음 제정하고 시행을 주도한 사람은 근대 간호학의 창시자 플로렌스 나이팅게일(1820~1910)이다. 영국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1854년 러시아와 유럽동맹군 사이에 크림전쟁(1853~1856)이 발발하자 부모 몰래 최초의 간호자원봉사대원으로 참가했다. 당시 영국군은 전장에선 5,000여명이 사망했으나, 병상에서 1만5,000여명이 사망했다. 야전병원에서의 전염병 감염이 큰 원인이었다.

▦B.C.1600년쯤 이집트 기록 가운데 48건의 외과수술 사례가 있는데, 환자의 80~90%가 수술 후 다른 병에 감염되어 사망했다고 한다. ‘환자 주변에 뭔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있다’는 의혹이 크림전쟁 당시 야전병원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영국 왕립진료소에서 환자의 절반이 패혈증으로 사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셉 리스트(1827~1912)가 석탄산(페놀)을 수술실 주변에 뿌리고 손과 의료기구를 닦는데 사용한 것이 1865년. 이때부터 소독(消毒)의 신기원이 열렸다.

▦‘뭔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 의해 치명적인 병원감염이 발생한 역사는 기록만으로도 3,500년 가까이 되는 셈이다. 20세기 들어서 무균실(無菌室) 개념이 생겼고, 1940년 항생제 스트렙토마이신의 개발, 60년대 이후 각국의 병원감염관리기준 제정으로 병원에서 병을 얻는 비율이 3~5% 수준으로 떨어졌다. 헌데, 수년 전부터 항생제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가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더니, 이번에 메르스(MERS)가 감염관리기준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국의 병원에서 확산되고 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메르스가 병원감염으로 크게 확산되는 원인을 차분히 살펴 보아야 한다. 우리의 대형병원 응급실은 전쟁터의 야전병원을 방불케 한다. 경제성만 앞세운 병원의 관리체계는 당연히 수술해야 하지만, 문병ㆍ간병 문화도 시급히 변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와 다르지 않았던 일본의 문병ㆍ간병 문화는 1994년 ‘신(新)간호체계’가 도입되면서 확 바뀌었다. 일반인은 손을 잘 씻고, 병원은 소독을 잘 하고, 정부는 새로운 간호체계 도입을 궁리하기 시작해야 한다.

정병진논설고문 bj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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