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수익 유혹에 성급한 투자
주부ㆍ퇴직자 등 피해자들 전전긍긍
경찰 분양 사기 여부 수사 착수
“새벽까지 왜 고생해, 상가 두 개만 계약하면 곧바로 수억을 버는데…”,“혁신도시 중심상가를 계약만 하고 중도금 납부 전에 웃돈(프리미엄)을 붙여 되팔아 한몫 챙기세요”
18일 오전 전북혁신도시 신축 상가 주변은 분양 사업자들의 달콤한 말에 넘어가 큰 돈을 날려 가정 파탄의 위기까지 몰린 주부들이 실의에 찬 표정으로 서성거리고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전주에서 남편과 함께 조그만 식당을 운영하는 A(45)씨는“죽고 싶은데 죽지도 못하고 날마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사탕발림에 속아 남편 모르게 상가를 분양 받았는데 빚만 지고 말았다”고 울먹였다. 남편과 본인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대학생인 딸은 휴학했다. 날마다 빚 독촉에 시달리는 등 가정은 이미 풍비박산이다.
A씨는 지난해 초까지 누구보다 행복했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새벽 3시까지 부부가 성실하게 일했기에 두 자매를 대학까지 보내는 등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평소 알고 지내는 부동산 분양업자 B씨로부터 전화를 받으면서 불행이 시작됐다.
그는 “새벽까지 식당 해 봤자 고생만 하지 얼마나 벌겠어, 혁신도시에서 몇 차례만 치고 빠지면 몇 억을 쉽게 벌 수 있으니 생각해 봐”라고 제의였다.
B씨의 솔깃한 제안에 친지와 친구 등으로부터 2억원을 빌리고 모아둔 돈까지 합쳐 4억원을 투자해 상가 2개 층을 계약했다.‘두 달만 기다리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에 가슴이 뛰었고 시간이 빨리 가길 바랬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도 상가는 팔리지 않았고 B씨와 건설사 등의 독촉으로 지난해 11월말에 상가 한 곳을 인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 상가는 은행대출 8억5,000만원과 사채 2억원으로 구입했다. 사채와 은행도 이들이 주선했다.
웃돈은커녕 사채 이자까지 매달 810만원을 갚느라 힘든 나날을 보낸 A씨는 올해 3월 모든 걸 포기했다. 결국 은행 이자 등을 갚지 못해 상가는 다음달에 경매에 들어간다.
전주 효자동에 사는 주부 C(49)씨도 마찬가지다.“무조건 등기 이전에 책임지고 팔아주겠다”분양 대행사 B씨의 말을 듣고 지난해 8월 계약금 4,900만원에 상가를 계약했다. 여기에다 언니 조카들까지 끌어 들어 총 1억6,000여만원에 상가 5개를 계약한 뒤 한 숨만 쉬고 있다. 친언니는 C씨에게 조카들에게까지 사기를 쳤다고 날마다 아우성이다.
C씨는“건설사 대표와 분양사 관계자를 수 차례 찾아가 하소연 했더니 가만히 있으면 계약금은 돌려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결과는 헛탕”이라며“이제는 원금 보다는 사법기관에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과다 분양사기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같은 피해를 입은 주부와 퇴직 공무원은 10여명에 이르고 있으나 남의 시선 때문에 주변에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인중개사 김모(55)씨는“전국의 혁신도시 붐이 불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분양 막차를 탄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며“분양사의 정식 계약서가 아닌 것은 다 불법이니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주 완산경찰서는 피해자와 건설사, 분양대행사 등 관계자를 불려 분양사기 등에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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