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윤덕여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 한국의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을 일궈냈다. 후반 김수연(KSPO)의 교체 투입은 한국의 대역전극을 이끌어낸 윤 감독의 ‘신의 한수’였다.
한국(FIFA랭킹 18위)은 18일(한국시간) 캐나다 오타와서 열린 조별리그 E조 3차전 스페인(14위)과 경기에서 후반 33분 김수연의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역전승했다. 1승1무1패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한국은 오는 22일 F조 1위 프랑스(3위)와 8강 진출을 다툰다.
윤 감독은 이날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원톱은 ‘비장의 카드’ 박은선(로시얀카)이었다. 2선에는 강유미(화천KSPO)와 지소연(첼시레이디스), 전가을(현대제철)이 배치됐다. 권하늘(부산 상무), 조소현(현대제철)이 중원에, 이은미, 황보람, 심서연(이상 이천대교), 김혜리(현대제철)가 포백라인에 자리했다. 골키퍼 장갑은 '맏언니' 김정미(현대제철)가 꼈다.
스페인은 경기 초반부터 좌우 측면을 완전히 장악했다. 한국은 미드필더 싸움에서 완패하며 전반 30분까지 제대로 된 슈팅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스페인은 한국의 측면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며 최전방 공격수를 향해 절묘한 크로스를 올리기 일쑤였다.
이에 따라 야심차게 선보인 박은선 카드도 힘을 쓰지 못했다. 이 틈을 타 공격의 강도를 높인 스페인은 전반 29분 마르타 코레데라의 왼발 크로스를 베로니카 보케테가 득점으로 연결하며 1-0 기선을 제압했다. 한국은 슈팅(2-8)과 유효슈팅(0-2) 수에서 모두 스페인에 밀리며 전반을 마쳤다.
윤 감독은 후반 맞불작전을 펼쳤다. 전반전 패인을 역이용해 상대를 공략하려 했다.
강유미와 지소연이 좌우 측면 공략에 집중하도록 주문했고 결국 작전은 주효했다. 스페인 측면 수비를 허물자 한국의 공격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후반 8분 주장 조소현은 측면 강유미의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했다. 1-1 동점이 된 후 윤 감독은 지친 박은선과 강유미 대신 유영아와 박희영을 각각 내보내며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한국은 후반 33분 김수연이 이른바 ‘슈터링(슛+센터링) 골’을 성공시키며 역전의 드라마를 완성했다. 김수연은 박스 오른쪽에서 크로스를 시도했지만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망 구석으로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측면 공격 강화를 위해 후반 시작과 함께 김수연을 교체 투입한 윤 감독의 용병술이 제대로 빛을 발한 셈이다.
김수연의 천금 같은 역전골로 한국은 지난 2003년 미국 월드컵(조별리그 3패) 이후 두 번째 본선 출전 만에 대회 첫 승과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같은 조의 브라질(4위)-코스타리카(37위) 경기에서는 브라질이 1-0으로 이겨 3승(조 1위)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사진= 윤덕여 한국 여자축구대표팀 감독(KFA 제공).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