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병원, 17일부터 레벨D 보호구 적용"
"병원내 광범위 오염 증거는 아직 없어"
삼성서울병원에서 이달 들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 감염이 이어지면서 병원의 감염관리에 의문이 커졌다.
18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확진자 명단에 포함된 164번 환자(35·여)는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진료 병동에 근무한 간호사다.
이 간호사는 75번(63·여)·80번(35) 환자가 치료를 받는 병동에 근무했다고 대책본부는 전했다.
메르스로 확진된 환자를 진료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감염은 벌써 두 번째다.
앞서 17일 발표된 162번 환자(33)는 삼성서울병원의 방사선사다.
이 두사람 외에 다른 삼성서울병원발(發) 감염자는 모두 지난달 27∼29일 이 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사실을 모른 채 14번 환자에 직간접 노출된 환자·의료진·방문객이다.
이와 달리 162번과 164번 환자 모두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확진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직·간접 노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책본부는 162번이 이달 11∼12일에 72번·80번·135번·137번 환자의 엑스선촬영을 하는 중에 이들의 기침에 노출돼 감염된 것으로 판단했다.
75번·80번 환자는 이달 7일 확진 판정을 받고 이 병원에서 격리 치료 중이므로 164번도 이들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162번·164번 환자 모두 진료 과정에서 접촉한 기존 확진자들로부터 감염됐다면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2차 유행의 정점에서조차 원내 감염관리를 소홀했다는 비판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당국은 우선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개인보호구가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언론브리핑에서 "이달 16일까지는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레벨D' 수준의 엄격한 개인보호구 장비를 갖추지 않아 개인보호구가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17일부터 레벨D 보호구를 적용했다고 대책본부는 전했다.
보호구의 등급 수준은 병원체의 감염경로와 전파력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의 경우 보다 높은 레벨C 보호구가 필요하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진료 의료진의 보호구와 관련, "164번 환자는 격리병동 의료진이므로 레벨D 보호구를 갖추는 것이 원칙"이라며 "보호장구를 벗는 과정에서 (실수로) 감염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은경 센터장은 "164번 환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수준으로 개인보호구를 착용했는지는 좀 더 조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서울병원은 또 "162번 환자는 확진자·의심환자 격리병동에서 엑스선 촬영을 했는데,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은 아니기에 '레벨D에 준하는' 수준의 보호복과, 얼굴 차단용 '페이스실드'를 착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62번과 164번이 메르스 병동의 확진자들이 아니라 병원 내 다른 환경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4번 이후 메르스가 집단 발병하고 이 가운데 일부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삼성서울병원 내부가 광범위하게 오염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은경 센터장은 그러나 "162번과 164번이 입원 환자가 아니라 병원의 오염된 환경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감염경로가 기존 확진자이든 다른 병원 환경이든 삼성서울병원이 2차 유행를 인지한 이후 16일까지도 감염관리에 여전히 구멍이 있었다는 점을 드러내는 방증이 된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에는 정식 음압병상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공조시스템으로 일반 격리병실의 공기공급량을 조절해 음압상태를 만들어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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