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어원은 라틴어 ‘Communis’라는 단어로 ‘공유의, 공중의, 평범한’이라는 세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소통이란 공중이 늘 접하고 평범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일상적 공유 과정이며 결국 소통의 성공 여부는 이슈에 대한 일상적 공유 여부에 달렸다는 뜻이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 비대칭적 정보 유통 현상이 나타나면 관련 메시지 해석 능력에서 차이가 난다. 그리고 그 차이는 상호 불신과 메시지 왜곡으로 이어져 이슈에 대한 일상적 공유는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이 현상이 누적되면 심각한 사회갈등으로 나타난다.
이런 현상은 ‘부안사태’ 같은 갈등에서도 나타났는데 이슈에 대해 정보가 부족한 쪽은 다른 한 쪽이 무엇을 감추고 있거나 속인다고 의심하고, 이슈에 대한 이해가 풍부하거나 정보가 많은 쪽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내용을 모두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며 대충 설명하고 넘어가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불신과 무성의한 커뮤니케이션의 조합은 필연적으로 극심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사회가 발전하고 기술이 복잡해질수록 정보의 비대칭성 심화로 인한 메시지 왜곡과 상대를 기만하는 실수는 더욱 빈번하게 된다.
복잡한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이 곧 국내 첫 가동된다. 이에 앞서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이 방폐장 운영의 원칙을 ‘안전’과 ‘신뢰’로 정하고 시운전 현장을 공개하거나 주민과 소통을 위해 정보 공개에 나서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시운전 기간 중 주민 공개투어를 실시해 이해를 구하고 복잡하고 전문적인 방사성폐기물관련 기술을 쉽게 설명하는 것은 신뢰 구축에 꼭 필요한 과정이다. 여기에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매월 방폐장 운영현황을 설명하는 ‘소통의 날’을 지정하고, 홈페이지에 매월 민간 환경감시기구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방폐장 운영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회의 내용을 원칙적으로 모두 공개한다. 또한 캐나다 원자력발전소 임직원들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원전 내의 사소한 빙판 사고까지도 지역 소방서장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고되는 크고 작은 산업재해는 1만 건이 넘는다고 한 다. 또한 이들은 발전소 인근 지역 시장들과 한 해 2, 3차례 만나고 발전소 주변 학교와 직장 대표자들과도 수시로 만나 각종 현안을 의논하는 것이 일상화 돼 있다.
방사성폐기물이라는 복잡하고 전문적인 이슈를 다루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원자력환경공단이 지역주민들과 무엇을 어떻게 공유하고 공감할 것인지 고민하는 모습은 성공적인 원자력 방폐장 운영 방안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 노력과 신뢰 확보 노력은 나아가 사용후핵연료 관리방안 마련에도 성공적인 모델로 실마리가 되어줄 것이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고 포화로 관리 대책이 시급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부가 과거와 달리 같이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대신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범국민적 의견 수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진일보한 소통노력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달에는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에서 20개월간의 국민의견 수렴 결과를 정부에 제출한다고 한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원자력에 대한 찬반 양론과 별개로 전기의 편익을 누려온 우리 세대가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문제는 정부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를 위해 국회는 물론 시민단체 등도 해결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이제 대안 없는 비판 대신 문제 해결을 위한 관심과 협력이 우리의 미래를 약속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곧 있을 사용후핵연료 권고안 제출을 계기로 원자력 문제 해결의 새 장이 열리길 기대해 본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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