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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식물인간 소녀 깨운 '강남스타일'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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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식물인간 소녀 깨운 '강남스타일'의 기적

입력
2015.06.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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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로 9개월 의식 없는 딸에게 평소 즐겨 부른 노래 들려주자 흥얼거리며 미소

한 중국인 어머니가 식물인간이 된 딸에게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불러주자 의식이 회복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잉난(英男ㆍ11ㆍ사진 오른쪽)에게 악몽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1월. 겨울 방학을 맞아 집에서 쉬고 있던 잉난은 갑자기 “엄마, 머리가 아파”라고 말한 뒤 구토를 시작했다. 어머니 류루이샹(劉瑞祥ㆍ왼쪽)씨는 곧 바로 잉난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잉난의 의식은 점점 희박해졌다. 진단 결과 뇌출혈이었다. 응급 수술을 한 뒤 잉난은 장쑤(江蘇)성 쉬저우(徐州)시의 전문병원으로 다시 후송됐다. 이곳의 의사는 “수술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류씨는 딸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의료진은 수술을 해 달라는 가족의 요청에 따라 두 번째 수술을 했다. 몇 시간 뒤 수술실에서 나온 의료진은 “아이의 생명력이 매우 강한 것 같다”며 “그러나 의식을 차릴 지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잉난은 이 때부터 사실상 식물인간이 됐다. 더구나 폐와 뇌에 감염이 생기는 등 상태는 갈수록 악화했다. 류씨는 결코 절망하지 않고 딸 곁을 지켰다. 의사가 류씨에게 하루 200번씩 잉난의 몸을 안마해 줄 것을 권하자 류씨는 하루 400번씩 안마를 했다. 1시간마다 몸을 뒤집어주고 하루에 최소 2번씩 목욕을 시켰다. 이처럼 성심껏 간호를 했지만 잉난은 깨어나지 않았다. 의학계에서는 통상 3개월 간 의식이 없을 경우 영구 식물인간으로 판정한다. 더구나 뇌출혈로 인해 식물인간이 된 경우엔 의식을 회복할 확률이 10%도 안 된다. 그러나 류씨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지난해 7월 잉난을 다시 베이징(北京)의 바이(八一)뇌과의원으로 옮겼다. 이 곳에서 4번의 수술과 치료를 받으며 잉난의 상태는 다소 나아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손을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은 기적과 같았다. 희망이 보였다.

이때 결정적으로 잉난의 의식을 회복시킨 것이 ‘강남스타일’이었다. 지난해 9월16일 잉난이 평소‘강남스타일’을 즐겨 불렀다는 점을 떠 올린 류씨는 잉난의 귀에 대고 ‘강남스타일’을 불러줬다. 그러자 잉난도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류씨는 큰 소리로 간호사를 불러 방금 전 벌어진 상황에 대해 설명을 했지만 간호사는 믿지 않으면서 “환성을 들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튿날 류씨는 잉난을 휠체어에 태워 산보를 시키며 다시 ‘강남스타일’을 불러줬다. 류씨는 잉난의 얼굴에 미소가 비치는 걸 분명하게 봤다. 이후 잉난의 상태는 놀라보게 호전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3일 “잉난, 코가 어디 있지”라는 의사의 말에 잉난은 자신의 코를 가리켰다. 어머니를 비롯 가족들의 헌신적 희생에 잉난은 9개월여 만에 의식 회복 판정을 받았다.

현재도 잉난의 상태는 완전히 정상은 아니다. 말 하는 것도 아직 아기 같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어색하다. 신경보(新京報)는 18일 잉난의 사연을 소개하며 “재산을 다 탕진한다 하더라도 딸 아이를 위한 치료는 계속할 것”이라는 류씨의 다짐도 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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