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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박 대통령의 공연한 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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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박 대통령의 공연한 발품

입력
2015.06.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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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휴업했다가 최근 수업을 재개한 서울시 강남구 일원본동 대모초등학교를 방문해 손씻기 실습 수업을 참관하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휴업했다가 최근 수업을 재개한 서울시 강남구 일원본동 대모초등학교를 방문해 손씻기 실습 수업을 참관하는 모습.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진화를 위해 17일까지 정부대책본부와 병원, 학교 등 모두 열 곳의 현장을 방문했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부지런히 발품을 들였는데도 “대통령의 얘기를 듣고 안심했다”, “이제 정부를 믿을 수 있게 됐다” 같은 반응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청와대가 메시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 크다.

온종일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주말엔 나들이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에게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지 청와대는 전혀 모르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이 메르스를 ‘중동 식 독감’이라 부르며 “너무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달래거나 무능의 극치를 보여준 관료들을 향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방역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이른바 ‘유체이탈 화법’으로 지시를 내린 것만으로 메르스 공포를 다스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박 대통령이 14일 매출 급락 피해를 입은 서울 동대문 상점가를 방문한 뒤 ‘박 대통령이 현장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는 내용의 브리핑 자료를 따로 낸 것만 봐도 청와대의 딱한 현실인식을 짐작할 수 있다.

17일 정부의 메르스중앙관리대책본부와 국립보건연구원을 찾은 박 대통령의 핵심 메시지는 삼성서울병원 질타였다. 박 대통령은 ‘삼성서울병원’을 여덟 번이나 입에 올리면서 허술한 관리 책임을 물었고, “삼성서울병원이 잘 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되니 더 확실한 방역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박 대통령 앞에 두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이 장면은 당장 몇몇 국민을 시원하게 했을 수 있지만, 그 뿐이었다. 민심을 달래는 가장 확실한 처방은 박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인정하고 “정부가 앞으로 최선을 다할 테니 국민 여러분도 도와 달라”고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을 오래 보좌한 참모들은 “그런 보여주기 식 사과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메르스 레임덕’이라는 말이 오르내리고 대통령 지지도가 20%대로 내려 앉을 위기에 처했는데도 언제까지 스타일 타령만 할 것인지 궁금하다.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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