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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임종’ 한국을 눈물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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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임종’ 한국을 눈물바다로

입력
2015.06.18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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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동안 고생, 이제부터 호강해야 할 때인데…”

아들, 딸도 편지로 “사랑해요. 편히 쉬세요”

대전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격리된 한 가족이 격리병원에 입원한 뇌경색 환자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게 되자 의료진에게 대독을 부탁한 편지로 마지막 인사를 한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숙연케 하고 있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쯤 A(63)씨는 대전 을지대병원에 전화를 걸어 “아내에게 쓴 편지를 간호사께서 대신 읽어줄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그의 부인 B(65)씨는 뇌경색 증상으로 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위독한 상태였다.

A씨와 아들(37), 딸(33)은 병원으로 갈 수 없는 처지였다. 대전 을지병원은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지난 8일 오후부터 ‘코호트 격리(감염환자 발생 시 발생 병동을 의료진 등과 함께 폐쇄하는 것)’ 조치가 내려져 2주간 면회인 출입이 금지됐다. 여기에 A씨를 포함한 가족 3명도 B씨를 간호하다 자가 격리자 대상에 올라 움직일 수 없었다. 임종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A씨는 간호사를 통해 아내에게 가족의 편지를 들려주려고 한 것이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병원 간호사들은 A씨가 전화로 불러주는 편지를 받아 적은 뒤 오전 10시쯤 부인이 있는 중환자실로 가 교대로 읽어 내려갔다.

‘남편이 ○○엄마에게 전합니다’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A씨는 아내에게 헤어지는 슬픔과 그간의 고마움, 잘 해주지 못한 미안함을 오롯이 담았다.

“○○엄마, 나와 만나 38년 동안 고생도 하고 보람 있는 일도 많았는데 갑자기 당신과 헤어지게 되어 가슴이 미어집니다. 평소 대화하면서 알게 된 당신의 뜻을 잘 새겨서 앞으로 자식ㆍ손자들과 살아갈 것이오. 이제부터 호강해야 할 때에 돌아가시니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 이 세상의 모든 근심 떨쳐버리고, 천국에서 행복하게 남은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오.”

A씨는 이어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살림을 일으키고, 약한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내고, 못난 남편 회사에서 큰 책임자로 키워내고, 당신과 나의 노후 준비도 잘 진행했는데 아쉬움이 너무 큽니다”라며 “이 세상에서 있었던 모든 근심 떨쳐버리고, 천국에서 행복하게 남은 우리들을 지켜봐 주시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글은 간호사님을 통해 읽어 드리는 것이오. 간호사님께도 감사하고, 당신의 임종 지킴이오. 당신과 우리 가족 모두 간호사님께 감사드려요”라며 아내를 마지막을 지켜주고 자신의 마음을 전해준 간호사들에게 감사의 말로 끝맺었다.

두 사람의 아들과 딸도 각각 편지를 보냈다. 아들은 “엄마의 숨이 붙어 있는 이 순간 아직은 우리의 목소리가 들릴 거라고 생각해. 엄마의 손이 너무 추워도 우리의 마음은 계속 전해질 거라고 믿어”라며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받아들이고, 엄마가 이 순간 편안하시길 바랄 뿐”이라고 바랐다. 딸도 “지난날들 엄마 딸로 살아와서 행복했고 앞으로도 남은 날들 엄마 딸로 열심히 살게요. 그동안 엄마가 제게 주신 사랑으로 아이들도 그렇게 사랑으로 키울게요. 엄마, 이제 아무 걱정 말고 편안하게 하늘에서 쉬세요. 엄마 사랑해요. 다음 생에도 엄마와 딸로 만나요. 엄마 사랑해요”라며 작별을 고했다.

편지를 읽어간 간호사들과 이 장면을 옆에서 지켜본 간호사들 모두 눈물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과 자녀들의 편지를 접한 B씨는 이날 오후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병원 측에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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