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오해와 진실
서울~부산 500번 왕복해도 성능 유지
폐차해도 배터리는 분리해 재활용 가능
외부충격ㆍ압력ㆍ열 가해도 폭발 없어
배터리에 물 들어가면 전력 자동 차단
주행거리 늘리는 게 관건 기술개발 총력
친환경 차량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LG화학, 삼성SDI 등 한국업체들과 파나소닉, AESC 등 일본업체들이 세계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세계 최대업체인 LG화학은 최근 중국에서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이어 버스까지 수주하며 완벽한 전기차 공급군을 구축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배터리 강국이지만 정작 배터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LG화학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식으로 정리해봤다.
_전기차 배터리 수명은 휴대폰 배터리보다 짧은가.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전기차 배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명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일반 건전지와 달리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업계 성능평가에 따르면 40만㎞ 이상을 주행해도 전기차 배터리는 초기 대비 85% 이상 성능을 유지한다. 이 정도면 서울과 부산을 500번 왕복해도 배터리의 성능이 거의 변함이 없다는 의미다. 승용차의 평균수명이 주행거리 기준 15만~20만㎞인 점을 감안하면 배터리 수명이 얼마나 긴지 짐작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수명이 자동차보다 길어서 폐차할 때 배터리만 분리해 가정용 전력저장 장치로 재활용하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_전기차 배터리가 외부 충격이나 열을 받으면 폭발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업계 시험에 따르면 배터리 팩에 30㎏ 추를 1미터 이상 높이에서 떨어뜨리고 배터리 팩을 원래 형태의 50% 수준까지 압축하거나 직접 열을 가해도 폭발하거나 불이 나지 않았다.”
_침수나 감전 위험은 없나.
“전기차 배터리 팩은 방수, 방진 설계가 돼있어 침수돼도 배터리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만약 배터리 내부로 물이 들어가면 자동으로 배터리와 차량간 모든 전력이 차단된다. 이 같은 누전 차단 시스템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_고온이나 저온에서는 배터리 성능이 저하될 수 있는데 겨울이나 여름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나.
“배터리는 자동차가 주행하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배터리 제조업체와 완성차업체는 가능한 모든 기후조건에서 배터리 성능을 함께 테스트하게 되며, 테스트를 통과하는 모델만 탑재한다. 예를 들어 LG화학은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와 기아차의 K5 하이브리드에 탑재된 배터리 선정을 위해 러시아, 캐나다 같은 추운지방과 미국의 사막 등지에서 수십 차례에 걸쳐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에 탑재된 배터리는 영하 30도 이하, 영상 55도 이상의 조건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_대부분의 전기차 주행거리는 160㎞에 불과해 휘발유나 경유차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비싸지 않으면서도 주행거리는 크게 늘릴 수 있는 배터리 생산은 불가능한가.
“현재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주행거리를 늘리는 일이다. 아무리 친환경적이어도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상용화에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배터리 내부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320㎞ 이상 갈 수 있는 배터리 개발에 성공해 양산을 앞두고 있다. 배터리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전기차 가격은 향후 3년 내에 현재 가격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_유가가 하락하면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전기차 산업에도 부정적일 것 같은데.
“그런 우려가 있지만 세계 각국은 유가와 무관하게 탄소배출 및 연비규제에 대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생산이 늘어나면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부담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보급을 늘려 가고 있다. 2016년부터는 전기차 생산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_전기차 배터리는 한 가지 형태인가.
“제작 형태에 따라 크게 ‘파우치형’과 ‘각형’으로 구분된다. 파우치형은 알루미늄 필름 형태의 파우치 안에 핵심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등을 넣어 구성한 배터리로 설계가 자유롭다. 각형 타입의 배터리는 납작한 금속 캔 형태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표준화된 디자인을 적용하기에 유리하다. LG화학은 파우치형,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_그럼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방식도 동일하지 않나.
“전기차 충전방식은 차데모, DC콤보, AC3상 등 3가지 방식이 있다. 차데모는 일본의 닛산, 도요타, 미쯔비시 등이 적용하고 있는데 전파간섭 우려는 적지만, 충전기 부피가 크고 충전시간이 다소 길다. DC콤보 방식은 현재 GM, BMW, 포드, 폭스바겐 등에서 적용하고 있다. 급속 충전이 가능하지만, 완속 충전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 AC3상 방식은 2012년 르노에서 개발한 방식으로 배터리와 전력망을 전기교란으로부터 보호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충전기 설치비용이 높다. 현재 전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DC콤보 방식이 60%, 차데모 방식이 35%, AC3상 방식이 5%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기에는 차데모, AC3상 방식을 국내표준으로 정해서 이용하다가 DC콤보도 표준으로 채택했다.”
_전기차 배터리의 보증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완성차업체별로 배터리 보증기간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차량 구입 후 5~7년, 주행거리 기준 10만~12만㎞로 설정돼 있다.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보증기간은 차량 구입 후 6년 또는 주행거리 기준 12만㎞이다. 같은 차종의 주요부품 보증기간보다 최대 두 배 이상 길다.”
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