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아프리카 난민들의 수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유럽으로 향하는 통로로 난민들이 몰린 헝가리에서는 아예 국경에 장벽을 세워 이들이 헝가리로 입국하는 것을 막기로 했으며 사하라 사막에서는 난민 수십명이 사망한 채 발견돼 지중해에 이어 ‘난민의 무덤’으로 떠올랐다.
유럽의 7개국에 둘러싸인 내륙국가인 헝가리에서는 불법 이주를 막고자 남쪽 세르비아와 접한 국경 175㎞에 4m 높이의 방벽을 세우는 준비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시야르토 페테르 외무장관이 17일 앞으로 1주일 안에 내무부가 준비 작업을 완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이자 자유왕래를 보장한 솅겐 조약 가입국으로 국경에 울타리를 세우는 국가는 헝가리가 유일하다.
헝가리에는 그간 시리아에서 터키-불가리아를 거치거나 세르비아를 경유한 이주민이 쇄도했다. 시야르토 장관은 유럽연합이 난민 수용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우리는 더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헝가리 정부는 이달 말까지 불법 이주민이 모두 6만명으로 작년 한 해 동안의 4만3,000명을 훨씬 초과하고, 올해 전체로는 모두 13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세르비아 외무부는 헝가리 정부의 조처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서 16일 난민 30명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국제이주기구(IMO)가 밝혔다. 지난 14일 이 지역에서 난민 18명의 시신이 발견된지 이틀만이다. 난민 30명의 시신은 리비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고자 하는 난민들의 거점인 니제르 북부 아가제르 지역에서 발견됐다. 아가데즈는 기온이 섭씨 42도까지 치솟고 맹렬한 모래폭풍이 관통하는 지역으로, IMO는 시신의 부패상태로 봤을 때 몇 달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IMO는 사하라 사막이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고국을 떠나 새 삶을 찾아가는 난민들에게 지중해와 같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지역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사하라 사막에서 난민들의 이동경로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목숨을 잃은 이들 중 극히 일부만 발견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사하라 사막에서 사망한 난민은 최소 1,790명에 이른다고 IMO는 집계했다. 올해 들어 지중해를 건넌 난민은 10만 명으로 이 중 1,800명이 사망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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