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체내에 쌓인 중금속이나 환경호르몬이 태반과 탯줄 속에 있는 혈액인 제대혈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포항공대(POSTECH) 환경공학부 장윤석 교수팀은 경북대병원과 공동으로 임신부와 태아의 독성 환경오염물질 노출 과정 및 체내 분포 차이 등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이 내용은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에 실렸다.
연구팀은 출산 24시간 전 임산부 20명에게서 채취한 혈액과 이들에게서 갓 태어난 아기에게서 채취한 제대혈(태아와 연결돼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혈액)과 태반조직 등을 분석한 결과 산모와 아이 모두에게서 중금속류, 다이옥신 유사물질, 브롬화 다이페닐에테르 등 오염물질이 검출됐다. 태반이 독성물질을 걸러내는 장벽효과 때문에 태아에서 나온 오염물질의 양이 줄어 들었지만, 수은과 브롬화다이페닐에테르는 임신부의 혈액보다 오히려 제대혈에서 더 많이 나왔다. 또 혈액 속에 극미량 검출된 브롬화다이옥신과 다염화나프탈렌도 태반을 통해 제대혈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환경호르몬은 태아의 지능 발달 저하는 물론 자폐증이나 심장질환과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수은, 납 등의 중금속이 태반을 그대로 통과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장 교수는 “임산부에게 축적된 환경오염물질이 태아에게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은 환경호르몬이나 중금속이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라며 “태아의 중금속이나 환경호르몬 노출을 줄일 수 있도록 오염물질과 세포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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