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ㆍ수출 부진 속 엎친데 덮쳐
지역 감염 없어도 0.1%P 추가 하락
장기화땐 감소 폭 더 커질 것"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금융연구원(금융연)이 국내 주요 전망기관 중 처음으로 올해 우리나라가 2%대 성장에 그칠 것이란 예측을 내놨다. 내수ㆍ수출 동반 부진에 더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가까스로 3%대(3.3%)에 올라선 성장률이 1년 만에 다시 3%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메르스 사태가 경제 성장률을 최소 0.1%포인트 이상 떨어뜨릴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연은 17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낮춘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기존 전망치(3.7%)에 비해 1%포인트 가까이 낮은 수치다. 금융연은 민간소비가 심리 및 구매력 개선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 상환 부담, 노후 대비 저축 증가 등 구조적 제약 탓에 소폭 상승(전년 대비 2%)하는 데 그칠 것으로 봤다. 임진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미국 금리인상 등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변동금리 대출 가구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출 증가율(2.3%) 역시 엔화ㆍ유로화 약세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 대중 수출 둔화 등의 악재가 선진국시장 회복 효과를 상쇄하면서 전체 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금융연은 메르스 사태가 지역사회 감염 없이 단기간(발병 후 1개월)에 종식된다는 가정 아래 메르스로 인한 소비 위축, 관광객 감소 여파로 성장률이 0.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임 실장은 “2003년 홍콩에서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한 후 최초 한 달 간의 상황을 추정 근거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여름휴가철까지 소비위축이 지속될 경우 성장률 감소폭은 더 커질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한국은행이 다음달 경제전망 발표 때 현행 3.1%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뜻을 밝히는 등 2%대 성장률 전망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기관들의 성장률 전망치는 대부분 3%대 초반인데, 이는 메르스 발생 사태 이전에 산정된 것이다. 앞서 노무라(2.5%), BNP파리바(2.7%) 등 일부 해외 투자은행(IB)들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이미 낮췄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3%대의 낙관적인 경기 전망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3%대 초반 정도로 갈 것”이라며 이달 말 내놓을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3%대 성장률 전망치를 고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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