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는 “중성화 수술 꼭 해야 하나요?” 라는 질문을 듣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간혹 중성화를 권하는 수의사에게 비인도적인 것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겪게 된다. 보호자 입장에서 중성화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나 수의사가 중성화 수술을 권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성화 수술은 암컷의 경우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고 자궁축농증을 예방하며 유선 종양의 발병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다. 자궁축농증이나 악성 유선 종양은 반려견의 수명을 단축시킬 뿐만 아니라 자칫 갑작스럽고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자궁축농증은 자궁에 세균이 번식하여 염증이 생기고 더 나아가 고름이 차게 되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병이다. 주로 배란기 때 자궁의 입구가 열려 외부로부터 세균이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고름이 차는 것을 방치할 경우 자궁이 고름의 양을 감당하지 못하고 배 안에서 터지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엄청난 통증에 시달리다가 죽음에 이르게 된다. 자궁축농증의 증상으로는 식욕 상실, 체중 감소, 활동량 감소, 구토, 설사, 소변의 빈도수 증가, 고열 등이 있다. 또한 배란기의 암컷은 자신의 상태를 수컷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곳 저곳에 소량의 소변을 남기기도 한다. 이는 보호자 입장에서 원치 않는 마킹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수컷의 경우에도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으면 배란기인 암컷의 냄새를 맡고 집을 나가 유실될 수 있다. 또한 배란기인 암컷의 냄새만 맡고 암컷을 직접 만나지 못하면 스트레스로 인해 공격성과 식욕 상실을 일으키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중성화한 수컷에 비해 전립선 관련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증명하기 위해 집안 가구와 물품들에 마킹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행동은 성견이 되자마자 중성화 수술을 실시하여 예방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동물보호소에는 유기견이 넘쳐나고 공장식 번식 및 생산과 가정집 내의 교배로 인해 강아지 공급이 수요에 비해 많은 실정이다. 입양이 되지 않은 강아지들은 결국 평생의 반려인을 만나지 못한 채 버려지거나 안락사 당하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든 쉽게 강아지를 구입할 수 있는 환경에서 진지한 고민 없이 입양을 하게 된다면 파양이나 유기하기도 쉬울 수 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도 중성화 수술은 권장되고 있다.
중성화 수술이란 단순히 반려견의 생식력을 없애는 수술이 아니라 차후에 생길 수 있는 질병에 대한 예방이며 스트레스 감소와 행동장애 방지를 위한 것이다. 전신마취를 한 후에 행하며, 사전에 반드시 담당 수의사와 상담하고 건강 검진도 받아야 한다.
이혜원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정책국장(수의학박사ㆍ유럽수의임상행동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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