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주의 앞세워 입사지원자의 정당한 권리 사실상 박탈
기업의 채용전형에서 탈락한 지원자들이 법에 따라 제출한 서류를 정당하게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겼지만,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커졌다. 절반 이상의 기업이 서류 반환을 요청한 탈락자가 재지원할 경우 탈락 등의 불이익일 줄 것이라고 답했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에 따라 기업들은 탈락한 입사지원자들이 요청할 경우 제출했던 채용서류를 돌려줘야 한다.
17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기업 650개사를 대상으로 채용서류 반환제도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 3곳 중 2곳(63.2%)은 채용서류 반환을 요청한 탈락자가 다시 지원할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고 답해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응답(36.8%) 보다 훨씬 높았다. 기업들이 생각하는 불이익의 구체적 유형으로는 ‘재지원시 탈락시킨다’(79.3%)가 압도적이었고, ‘감점 등 불이익을 준다’(20.7%)는 소수에 그쳤다.
기업들은 채용서류 반환제도에 절반(46.9%) 가량이 반대했다. 그 이유로는 ‘채용 업무가 늘어날 것 같아서’(47.9%), ‘실효성이 낮은 것 같아서’(35.7%), ‘기업 자율 권리를 침해하는 것 같아서’(27.2%),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질 것 같아서’(13.1%) 등을 꼽았다.
특히, 채용절차법에 따라 반환의무를 채용공고, 홈페이지 등에 고시해야 하는 근로자 300인 이상인 기업(197개사)의 79.2%는 고시하지 않았고, 36%는 오히려 채용공고에 ‘제출된 서류를 일체 반환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편의주의를 앞세워, 입사지원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사실상 빼앗겠다는 의사여서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입사지원자들은 채용서류 반환제도로 인해 개인정보 노출 위험 방지, 각종 서류의 중복 제출에 따른 경제적 비용 및 시간 절약 등을 기대했지만, 그 효과도 극히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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