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형돈이 진행하는 MBC에브리원 '주간 아이돌'에는 신인 그룹 nflying, 그룹 AOA의 초아와 지민 등이 출연했다. 결과적으로 이 날 방송은 정형돈의 입사를 위한 상견례가 됐다. nflying과 AOA는 모두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 소속이고, 정형돈은 바로 어제 FNC 이적이 결정됐다. 또한 예능인 안영미와 작가이자 예능인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유병재는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로 갔다. 유병재는 YG에 들어간 직후 SNS를 통해 YG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돼 버린 구내 식당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YG와 자신의 만남을 센스있게 알리기도 했다.
예능인이 아이돌 중심의 회사에 가는 것 자체는 늘 있었던 일이다. 이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오래 전부터 신동엽과 강호동 등을 영입했고, FNC에는 정형돈 이전에 송은이가, 큐브 엔터테인먼트(이하 큐브)에는 김기리가 있다. 예능인들이 많이 모여 있는 회사가 아이돌 그룹을 성공시키는 것보다, 아이돌 그룹을 성공시킨 회사에서 예능인을 영연입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FNC는 최근 상장을 하면서 자금에는 여유가 있다. 사업 확장을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다.
다만 SM이나 YG 같은 큰 회사들이 예능인을 영입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주간 아이돌>에 FNC 소속 아이돌이 더 많이 출연한다거나 하는 문제는 아니다. 자사 예능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눈에 띄게 소속 아이돌을 ‘꽂아 넣기’하는 것은 촌스러운 일이다. 애초에 <주간 아이돌>에 SM, YG, FNC, 큐브 소속의아이돌이 출연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데 있다. 유재석이 잘 보여주듯,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그 자체로 하나의 영향력이고, 그를 영입한 회사에서는 여러가지를 할 수 있다. SM은 강호동이 출연하는 KBS <우리동네 예체능>을 제작 중이다. 정형돈 역시 FNC가 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을 것이다. 제작하지 않는다 해도 정형돈은 현재 MBC, JTBC의 인기 프로그램들에 출연 중이다. 최근 시작한 tvN <고교 10대천왕>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시 말하면, 방송사들은 FNC의 씨엔블루나 AOA가 아니라 정형돈 때문에라도 FNC를 신경쓸 수 밖에 없게 된다.
SM은 과거부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줬다. 신동엽과 강호동이 SM의 자회사 SM C&C에 들어가기 전부터, SM은 아이돌을 통해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슈퍼주니어의 이특과 신동처럼 예능 프로그램에 특화된 아이돌이 있었고, MBC <우리 결혼했어요>에도 소속 아이돌이 출연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해외에서도 인기있는 아이돌이 출연하면 수출 가능성까지 생기는 만큼 그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 결과 SM의 아이돌은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왔고, 그만큼 어느 방송사도 SM의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한다.
인기 아이돌 그룹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은 대부분 돈이 아무리 많아도 방송사에 있어서는 ‘을’의 입장일 수 밖에 없다. 아이돌 그룹 한 두 팀이 인기있다고 한들 방송 전체에 영향력을 끼치기는 어렵고, 반대로 가수에게 절대적으로 중요한 음악 프로그램 출연은 전적으로 방송사의 권한이다. 인기 가수들도 심의나 또는 방송사와의 마찰로 방송 출연 여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몇몇 기획사들은 상장을 통해 자금력을 확보했고, 그 돈으로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국내외에 걸쳐 팬덤을 형성해 수익을 올린 아이돌 제작 회사들이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것은 물론 보다 범 대중적인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큐브는 곧 큐브 소속 연예인들의 콘텐츠로 구성된 큐브 TV를 출범할 예정이다. 덩치가 커진 그 회사들이 이제 스스로가 네트워크가 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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