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에 있는 북한군 7군단 예하 부대에서 운전병으로 근무하던 19세의 하급병사가 병영 내 잦은 구타에 시달리다 군 생활에 염증을 느껴 한국으로 귀순했다. 역시 병영 내 폭력에 시달리며 염증을 느낀 한국군 병사들은 휴전선을 대충 지킨다. 병영 내에서 병력관리체계가 흔들리는 건 남북한 군의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어쩌면 북한군의 관심병사가 우리 측 관심병사가 있는 부대로 넘어 온, 한마디로 관심부대 간에 생긴 사건 아닐까?
21세기에 들어와서 휴전선 인근에서 남북한 군이 교전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군 지휘체계 밖에서 우발적으로 경계가 뚫리거나 아군끼리의 충돌로 희생자가 발생하는 관심 병사사건은 제법 많았다. 게다가 이제는 우리 군의 관심병사만이 아니라 북한군의 관심병사도 우리에게 큰 짐이 되는 양상이다. 2년 전에 서부전선에서 상관을 살해하고 우리 측으로 귀순한 북한군에게도 잘했다고 칭찬만 할 수도 없다. 이제는 통제되지 않는 북한군도 우리에게 새로운 걱정거리를 던져주는 시점이 되었다.
병영 내 폭력사건으로 몸살을 앓은 우리 군은 전방 경계에 있어서도 2년여 전의 노크 귀순 사건과 같이 전방경계의 임무 수행에 부실함을 드러내던 터였다. 이번 귀순 사건을 두고 군에서는 짙은 안개에다 수풀이 우거져 초기에 북한군 병사를 발견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며 경계의 부실은 아니라는 걸 강조하는 분위기다. 필자도 국방부의 해명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전방의 열상장비(TOD)는 안개가 많은 날에는 오작동하고 탐지의 제한이 많다. 화천지역은 지형이 험준하고 녹음이 많아 더더욱 경계가 어려운 곳이고 전방 경계초소(GP)라는 것도 24시간 경계임무를 위한 시설이라기보다 수색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초소에 가깝다. 이런 조건에서 과중한 임무에 시달리는 병사들에게 GP 앞을 일일이 경계하지 못한 책임을 지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사람이 지켜도 뚫리고, 장비를 투입해도 안 되는 휴전선 경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엉뚱한 생각일지 모르나 차라리 개를 투입하면 최소한 노크 귀순과 같은 엉뚱한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병사는 관심병사가 있을지 모르나 개는 총기를 난사하고 자살을 할 것 같은 관심 개는 없다. 상급자가 폭행한다고 탈영할 일은 더더구나 없다. 게다가 휴가를 보내지 않아도 되고 죽을 때까지 전역하지 않고 오직 충성만 한다. 특히 개는 자기 영역에 매우 민감해서 북한군이 접근하면 지체 없이 반응하게 되어 있다. 이것이 이제껏 군이 병사들에게 요구했던 바로 그 덕목이 아닌가?
장시간 전방을 응시하다 보면 무언가 비현실적인 감각 상태에 빠져 사람이 아닌 그 무엇이 되도록 강요 받는 것이 이제껏 전방의 현실이었다면 이건 사람보다 개가 할 일이다. 사람을 개로 만드는 데 실패한 군은 이제라도 탁월한 생물장비라 할 수 있는 진짜 개를 투입하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휴전선은 오직 사람이 지켜야만 한다는 고정관념만 깨면 될 일이다. 잘 훈련된 개에게 GPS 센서를 부착해서 비무장지대(DMZ)의 사각지대에 배치하면 상황실에 앉아서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 데 아무런 이상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군의 수의병과 장교들이 다년간 연구해서 얻은 결론이다. 1만 마리의 개는 지금 전방을 경계하는 10만여 명의 사람에 못지않다는 이야기다.
이 분단체제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수많은 비극을 속으로 감춘 채 불안한 평화를 유지하여 왔다. 인간의 생명가치가 총체적으로 저평가된 전방의 현실은 21세기의 문명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다. 이를 외면한 채 애국심만 강조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 언제까지 관심병사 8만 6,000명을 방치한 채 사람에게 사람이 아닌 그 무엇이 되라고 강요만 할 것인가? 그런 남북한의 관심병사들이 대치하고 있는 휴전선은 정녕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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