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해도동에 첫 개설
2013년엔 송도동에 2호점
직원 부녀회 교대로 매일 봉사
홀로 사는 이모(82ㆍ포항시 남구)씨는 평소 집 근처 포스코 나눔의 집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직접 밥을 하지 않아도 되고, 균형 잡힌 식단은 건강유지에도 그만이다. 밥도 밥이지만 무엇보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형님 동생들을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더욱 좋다. 잠시나마 외롭다는 생각을 잊게 해 준다. 그는 “무료 급식으로 먹는 점심 한 끼로 하루 식사를 때울 때도 많다”며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밥을 포스코 덕분에 잘 먹을 수 있어 항상 고맙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경북 포항지역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무료급식소인 포스코 나눔의 집이 나눔 문화 확산과 지역사회 발전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04년 5월 11일 포항 남구 해도동에 자리를 잡은 뒤 만 11년이 지났다. 300㎡ 남짓한 공간에서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려운 이웃과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고 있다. 하루 평균 나눔의 집을 찾는 이는 300명. 지난해 말까지 65만2,204명이 이곳을 찾았다. 포항제철소는 지난 2013년 11월 11일 포항 남구 송도동에 두 번째 나눔의 집을 열었다. 이곳 역시 지난해 말까지 5만4,530명이 다녀갔다.
해도동 1호 나눔의 집은 포스코 직원식당을 운영하던 ‘포스웰’이 운영하다 2013년 8월부터 천주교 대구교구에 운영을 위탁했다. 송도동 2호 나눔의 집은 학산종합사회복지관이 대신 운영 중이다.
운영을 위탁했지만 포스코 직원들까지 이곳을 잊은 것은 아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포스코 직원 부녀회는 하루 10명씩 순번을 정해 급식소 두 곳의 식사 배식과 설거지, 청소 등을 돕는다. 나눔의 집에서 구슬땀을 흘린 자원봉사자만 해도 지금까지 5,500명이 넘는다.
이곳에서 일하는 영양사와 조리사, 봉사자들은 급식만 챙기는 게 아니라 이웃의 건강까지 챙긴다. 조리사 강은정씨는 “매일 오시는 분이 편찮아 못 오셨다가 건강해져 다시 오시면 너무 반갑지만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으면 너무 슬프다”며 “건강히 오래 사실 수 있도록 영양 가득한 최고의 건강 밥상을 목표로 정성껏 준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주 포항지역 한 학교에서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나눔의 집도 유탄을 맞았다. 15일부터 방역당국의 요청으로 운영을 잠정적으로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이곳이 아니면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분들도 많은데 걱정”이라며 “메르스 사태가 하루빨리 끝나 그분들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국내ㆍ외 철강산업 경기침체로 고전하고 있지만 무료급식소 운영을 비롯해 사회공헌 활동과 지역협력 사업은 변함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학동 포스코 포항제철소장은 “나눔의 집이 어렵게 생활하는 이웃에 작지만 희망의 씨앗이 되길 바란다”며 “지역사회 발전과 나눔 운동 확산에 포항제철소가 보다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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