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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소 몰리는 의심환자들… 국민안심병원은 한산

입력
2015.06.1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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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서 확진자 속출 불안"

강남 보건소 진료 3배까지 급증

서울아산병원 등은 내원객 줄어

대한적십자 부산지사에서 봉사자들이 메르스 의심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된 시민들에게 전달할 쌀, 라면 등 구호물품을 포장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대한적십자 부산지사에서 봉사자들이 메르스 의심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된 시민들에게 전달할 쌀, 라면 등 구호물품을 포장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최대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이 24일까지 부분폐쇄 조치를 내리자 메르스 의심환자들이 인근 보건소로 몰려 들고 있다. 병ㆍ의원이 메르스 전파의 주요거점으로 지목된 탓에 정부가 지정한 ‘국민안심병원’을 기피하는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

16일 오후 강남구 보건소 입구에는 ‘메르스 관련 진료로 업무가 폭증해 외부차량의 출입을 제한합니다’라고 쓰인 표지판이 붙었다. 보건소 입구 좌측에 마련된 ‘메르스 선별진료소’는 문진을 받으려는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보건소에 따르면 전날 선별진료소에 들른 시민은 91명으로 삼성서울병원 폐쇄 전에 비해 3배가량 늘었다. 또 핫라인 등을 통한 전화상담 건수 역시 396건으로 기존에 비해 1.5~2배가량 증가했다. 삼성서울병원 부분폐쇄 조치 이후 메르스 의심환자들의 ‘보건소 쏠림 현상’이 가시화한 것이다.

송파구 보건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15,16일 선별진료소를 찾은 인원은 각각 53명, 64명으로 집계됐다. 이달 7일 선별진료소가 차려진 뒤 30~40명선을 유지하던 내원객 수치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전화상담도 하루 100여건에서 200여건으로 증가했다. 송파구 보건소 관계자는 “최근 메르스 관련 문의와 방문이 폭증해 오후 10시까지 연장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보건소에 의존하는 것은 병ㆍ의원에 대한 불신이 깊기 때문이다. 이날 강남구 보건소를 찾은 최현정(31ㆍ여)씨는 “대형병원을 거쳐간 확진자가 계속 나와 일반 병원을 찾기 꺼려진다”며 “간단한 진료는 보건소에서 받는 것이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실제 메르스 사태 이후 일반 병원을 찾는 시민들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삼성서울병원 폐쇄에 따라 외래환자가 다른 대형 병원으로 옮겨갈 것이란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심지어 정부가 “문제 없다”며 전국 161곳에 지정한 국민안심병원마저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달만 해도 하루 1만여명의 환자가 방문했던 서울아산병원은 메르스 발생 후 8,000여명으로 내원객 규모가 급격히 줄었다. 15일 안심병원으로 지정됐는데도 외래환자 수는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김종현(54)씨는 “이 병원에만 4년째 다니고 있는데 요즘처럼 한가하기는 처음”이라며 “안심병원이라고 하나 아무래도 확진자가 나온 병원인 만큼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안심병원인 강남세브란스병원 역시 지정 이전과 비교해 내원객 수에 큰 변화가 없었고, 한양대병원과 중앙대병원 등 대학병원 역시 선별진료소를 찾는 시민이 10~20여명에 불과해 보건소 방문객 수치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부분폐쇄 이틀째인 이날도 삼성서울병원은 방문객들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총 8개의 출입문 중 절반만 열어뒀고, 각 문 앞에는 직원 2명이 진료예약 문자나 직원카드를 확인하며 출입을 통제했다. 이날 병원을 찾은 김진주(28ㆍ여)씨는 “아버지 진료를 따라왔는데 보호자는 한 명만 동행할 수 있다고 해서 어머니만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평소 10대가 넘게 대기 중이던 택시 승강장에도 택시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25년 경력의 택시 운전사 김태봉(63)씨는 “얼마 전만해도 정차 택시가 15대가 되면 병원 직원들이 출입을 제한할 정도로 붐비는 곳인데, 이날은 20분을 기다려도 손님을 태우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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