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꿈 위해 축구 훈련 지원하고
초등생 딸에겐 학습 멘토 역할도
경기 시흥에 사는 황모(40ㆍ여)씨의 남편 장용석(45) 경장이 쓰러진 건 2004년 6월2일 밤 8시40분쯤이었다. 수원 장안구의 한 길거리에서 폭력사건을 수습하다 취객의 갑작스런 일격에 뒤로 넘어진 뒤 11년째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네 살, 두 살이던 아이들은 벌써 중학교 2학년(15ㆍ아들), 초등학교 6학년(13ㆍ딸)으로 자랐다. 하지만 남편은 서울 중앙보훈병원 병실에 누워 금쪽같은 아이들을 알아보지도 못한다.
남편의 기억이 11년 전 멈췄듯이 사건 초기 그를 돕겠다던 손길도 이제는 끊겼다. 2006년 3월24일엔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제복도 벗어야 했다. 국가는 병가와 휴직기간을 모두 쓴 그에게 직권 면직을 통보했다. 나랏일을 하다 그렇게 된 남편을 국가가 버리는 것 같아 서럽고 억울했지만, 경찰공무원법이 그렇다고 했다.
잊혀져 가던 장 경장 가족의 손을 옛 동료들이 다시 붙잡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수원중부서 경찰관들이 황씨 아이들의 아버지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수원중부서가 ‘장 경장과 함께하는 3S 프로젝트’를 결심한 건 지난해 10월쯤부터다. 같은 해 7월 부임한 고기철(53ㆍ총경) 서장이 한 직원으로부터 우연치 않게 장 경장의 사연을 접한 게 계기가 됐다. 고 서장이 아이디어를 냈고 직원들이 3S를 구상했다. 3S는 ‘공감(Symphathy)ㆍ나눔(Share)ㆍ치안성과등급 S 달성’을 의미한다.
계획이 서자 직원들의 참여가 늘기 시작했다. 부서별로 돌아가며 매주 수요일이면 장 경장의 병문안을 가기로 했는데, 아직 거른 적이 없다. 지난 1월엔 장 경장을 경사로 한 계급 명예 진급시켜 병실에 제복도 걸어줬다.
축구 선수가 꿈인 그의 아들을 위해 ‘희망’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수원중부서는 수원FC 축구단과 협의해 자체 훈련 등에 아들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7일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 수원삼성블루윙즈와 광주FC의 경기 전 시축도 주선했다. 장 경장의 아내 황씨는 염기훈 선수와 손을 붙잡고 그라운드에 선 아들의 모습에 눈시울을 붉혀야만 했다.
둘째 딸을 위한 ‘사랑’ 프로젝트도 있다. 수원중부서 의경들은 매주 토요일 장 경장의 집을 찾아 딸아이의 공부를 봐주는 멘토가 된다. 장 경장과 비슷한 또래 경찰관들은 아이의 생일(1월6일) 때 친구들을 불러 생일잔치를 열어주는 등 ‘일일 아빠’가 되기도 한다. 지난 3일에는 수원야구장을 함께 찾아 시구를 하며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
수원중부서는 지난해 ‘A등급’이었던 치안종합성과도 올해는 최고 등급인 ‘S등급’으로 올릴 참이다. S등급이 되면 나오는 성과상여금 가운데 10%씩을 떼어 내 장 경장 가족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기부비율 등은 모두 자율적인 투표로 결정했다.
고 서장은 16일 “경찰 가족만이라도 이들의 손을 놓지 않기로 했다”며 “장 경장의 가족과 꿈과 희망, 사랑을 지속해서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