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흑인 행세를 하던 흑인 권익보호 운동가가 백인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은 ‘전미 유색인종 지위향상협회’(NAACP) 여성 지부장이 지부장직에서 물러났다.
15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레이첼 돌레잘(37) 워싱턴 주 스포캔시 NAACP 지부장은 이 단체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예기치 못한 일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지금, 가족과 단체에서 멀어져 있는 것이 단체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돌레잘이 백인이라는 사실은 친부모의 제보로 밝혀졌다. 래리와 러스안 돌레잘 부부는 딸이 “유럽 혈통의 백인”이라며, 과거 사진과 출생서류를 공개했다. 그의 어머니는 “우리 가족이 2006~2007년 흑인 아이 4명을 입양한 뒤부터 딸이 흑인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레이첼이 그간 다른 사람처럼 행세한 것이 슬프다”고 말했다.
레이첼의 아버지는 딸이 “많은 흑인운동가를 배출한 워싱턴시 하워드 대학에서 공부하는 도중 흑인 문화에 동화돼 정체성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NAACP와 과거 그가 일했던 아이다호주 인권교육기관(HREI) 관계자는 그가 2008년부터 미국 서부에서 인권운동을 시작하며 자신을 흑인 또는 부분적으로 흑인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돌레잘은 그때부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물론 지난해 스포캔시 경찰 민원도우미로 지원한 공식 문서에서도 자신을 흑인이라고 밝혀왔다.
돌레잘은 처음 논란이 시작된 12일에는 현지 방송기자의 “당신은 흑인인가”라는 질문에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대답을 피한 뒤 급히 자리를 떴지만, 15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는 “나는 스스로를 흑인으로 여긴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돌레잘은 사임의 변에서 “지부장을 맡은 5개월 동안 많은 사람들과 기관들의 협조로 지부를 훌륭히 운영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밝히고 “사임 이후에도 나의 활동 방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글에서 논란에 대해 해명하거나 구체적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박병준 인턴기자(서강대 정치외교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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