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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회칙에 환경보호 첫 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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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회칙에 환경보호 첫 채택

입력
2015.06.1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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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이 기후변화의 희생자"

이탈리아 주간지 초안 입수해 보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자신의 첫 회칙 초안이 공포를 사흘 앞두고 15일 유출됐다. 이번 회칙은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된 기후변화로 빈곤층이 고통 받고 있다며 긴급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톨릭 교회에서 교황이 발표하는 최고 권위 교서인 회칙의 주제로 환경보호가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 등은 이탈리아 주간지 레스프레소가 이날 교황의 환경보호 회칙 초안을 입수해 보도했다고 전했다.

회칙 초안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간의 활동과 무관하게 온난화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기후 변화 회의론자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온난화에 자연적 요인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기후변화의 대부분이 인간의 활동과 화석연료 때문에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적 해결에 대한 맹목이나 손쉬운 체념, 무관심 등이 환경문제 해결을 방해하고 있다며 신자 중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인다고 가톨릭 교회에도 일침을 놓았다.

교황은 회칙에서 특히 가난한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희생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빈곤층이 대기오염과 유독물질 폐기, 해수면 상승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부유한 국가와 가난한 국가 사이의 ‘생태 부채’가 심각함을 지적했다. 이어 교황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정책 개발과 화석연료 대체,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 개발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유출된 초안에 대해 “최종본과 내용이 다를 수 있다”며 “예정대로 회칙은 18일 발표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세계적으로 주목 받았던 이번 회칙의 유출이 진보적인 교황의 행보에 불만을 가진 세력의 의해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바티칸 라디오의 베른트 헤겐코트 신부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번 유출이 “적극적으로 교황의 메시지를 훼손하길 원하는 누군가의 사보타주(태업)”라고 썼으며 바티칸 관계자를 인용한 이탈리아 언론은 이번 유출 시도가 회칙의 영향력을 무디게 하기 위한 교황청 내부 구성원에 의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황의 회칙은 기후변화 논쟁의 정체를 깨뜨리고 여론을 기후 변화 대응 행동으로 돌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의 제프 키엘은 “교황의 회칙이 10억 가톨릭 신자에게 전해질 것”이라며 “이는 과학계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의 이번 회칙은 올해 말 프랑스 파리에서 이뤄질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회의에서는 교토의정서에 이어 전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첫 기후체제가 처음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중국과 함께 양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에게도 이번 회칙은 큰 부담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9월 말 미국을 방문해 유엔과 의회에서 연설이 예정돼 있다. 16일 CNN 등 미국 언론들은 재계와 공화당의 환경규제 반대론자들이 교황에게 ‘세속에 개입 말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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