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소설가에 대한 표절 혐의가 처음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은 1999년이다. 문학평론가 박철화 중앙대 교수는 작가세계 99년 가을호에 실은 글 ‘여성성의 글쓰기, 대화와 성숙으로’에서 신씨의 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와 단편 ‘작별인사’가 각각 프랑스 소설가 파트릭 모디아노와 일본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의 작품을 표절했을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같은 해 9월 한겨레신문에는 문학동네 99년 여름호에 실린 신씨의 소설 ‘딸기밭’ 일부가 91년 숨진 재미 유학생 안승준씨의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삶과 꿈)에 실린 아버지 안창식씨의 글을 차용한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해당 칼럼에서 최재봉 기자는 두 글을 병기해 “소설에 삽입되는 여섯 문단의 편지 전부 안창식씨의 편지를 약간 변형한 채 고스란히 옮겨 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씨는 일주일 뒤 같은 신문에 낸 입장문에서 “‘딸기밭’을 보면 가수의 노랫말이나 라디오 프로그램 멘트가 출처 없이 인용되는데 그 편지 역시 그 차원에서 내 소설 속에 용해될 수 있을 거라는 소박한 생각을 했고, 또 소설화되면서 맥락이 달라져 유족에게 누를 끼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앞서서 굳이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유족들에게 사의도 표했다. 하지만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유사한 모티브 한두 개를 발견해 표절 운운하는 것이라면 위험천만한 단세포적 주장”이라며 격하게 항의했다.
박 교수는 다시 신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불가피하게 남의 글을 빌려 쓸 경우라도 인용과 함께 최소한 그 사실을 밝히는 것이 글쓰는 이의 정직함”이라며 “신인을 한참 벗어난 신씨가 그것을 잘 몰랐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글의 구조를 빌려오는 것은 “다른 작가들의 정신의 매혹을 충분히 저작하여 소화시키는 대신 무늬만 자신의 것으로 다시 포장하는 일이 더 위험한 표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씨의 ‘작별인사’와 마루야마 겐지의 ‘물의 가족’이 잠언투의 표제, 구조, 출렁이는 물의 이미지가 모두 동일하다고 지적하며 “이 모든 것이 우연이냐”고 반문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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