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95세 파킨슨병 환자, 판타지늄 영생 이식 받더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95세 파킨슨병 환자, 판타지늄 영생 이식 받더니…"

입력
2015.06.16 17:50
0 0

이드는 95세 …. 지독한 관절염과 그보다 더 지독한 파킨슨병을 앓았지만 …. 판타지늄 영생을 이식받아 …. 눈부시도록 찬란한 젊음을 얻었다 …. 의학적으로 봤을 때, 그의 신체 능력은 올림픽 금메달 현역 선수와 맞먹는다.

그는 팔을 내보였다.

"이걸 보게. 젊었을 때에도 이렇게 생생한 피부를 가지진 못했어. 백 살이 될 사람이라는 게 믿어지나?"

그는 자신의 생명을, 때 늦은 젊음을, 어색한 영생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끊임없는 의심은 그가 가장 신뢰하는 삶의 원칙이었다.

"마킷, 자네가 나보다 더 늙어 보이는군. 영생을 이식받을 건가?"

"고민 중입니다."

"뭐 때문에?"

이드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날 관찰했다.

"젊음을 얻은 게 아니라 …. 죽음을 잃었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서슬 퍼런 칼날이 목을 겨누는 것 같다. 이드는 유럽 금융 귀족의 일원이다. 그가 맘만 먹는다면 …. 이탈리아 정도는 가볍게 파산시킬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판타지늄 영생을 원한다. 이드가 영생자 5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진 권력의 힘이 컸다 ….

"영생을 얻기 전에 가족도 알아보지 못했고 …. 내가 누군지도 몰랐지. 정원사라는 생각이 들면 …. 종일 정원에서 잡초를 뽑고 …. 운전수라는 생각이 들면 …. 롤스로이스를 몰다가 분수대를 들이 받았어. 하지만 이제는 내가 누군지 알아. 돌아가신 어머니의 얼굴도 생각나고, 그분의 목소리와 그 분이 해주셨던 사과 파이의 맛도 기억한다네."

이드는 먹잇감을 발견한 여우처럼 입술을 앙다물었다. 수많은 사람에게서 그런 표정을 보아왔다.

"듣자니 …. 45세까지 밑바닥 인생이었다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 교도소에서 복역한 적도 있지?"

그는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곳에서 강간당했나?"

"왜 그렇게 생각하죠?"

"그냥 느낌이네. 아흔 살 넘게 살다 보면 …. 상대방의 과거가 보이기도 하거든. 자네도 더 늙어보면 알게 될 거야."

그는 조롱하는 눈빛으로 내 대답을 기다렸다. 그의 비열한 눈빛이 나의 과거를, 기억을 끄집어냈다. 이드는 나의 표정에서 나를 읽어냈다.

"역시, 그랬군. 그놈은 아직 살아 있나?"

"모릅니다."

"원한다면 …. 복수를 도와줄 수 있어."

"사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

"사적인 이야기가 아니야. 복수해야 할 때, 복수하지 않는 사람과는 거래하지 않아. 남자라면, 할 일은 해야 하는 법이야."

그는 내 쪽으로 몸을 숙이고 대답을 기다렸다. 10톤 정도의 압박감이 나를 눌렀다.

"아이가 벌레를 밟지 않는 것은 …. 벌레 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중요한 일이죠."

"웃기지 말게, 차이킨은 벌레가 아니야. 치워야 할 쓰레기지."

" …."

"설마 놈의 이름을 잊은 건 아니겠지?"

"뒷조사를 하셨군요."

"호기심이지. 차이킨은 슬럼에서 왕처럼 지내고 있어. 자네를 보면, 아주 반가워할 거야. 또 그 짓을 하려할지도 모르지."

"놈이 쓰레기인 건 맞지만 …. 저는 청소부가 아닙니다."

"알고 있네. 청소부는 따로 있지. 자네는 고개만 끄덕이면 돼. 영생에 대한 감사 선물이라고 생각하게."

"제가 투자를 하고, 돈놀이하고, 영생의학 기술에 투자하게 된 것은 …. 세상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 깨달음입니다."

"놀랍군. 그런 마인드로 지금까지 버텨왔다니. 자네는 깨달음을 얻었던 게 아니라 …. 그저 운이 좋았던 거야."

이드는 고개를 흔들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내가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디뎠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이곳은 그 어느 곳보다 비열하다.

한국스포츠경제 webmaster@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