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제출할 권고안 현실성 두고
16일 공개토론회서 쓴소리 잇따라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데 쓰고 남은 연료(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부지를 2020년까지 선정하고, 영구처분시설을 2051년부터는 운영하라는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발표한 권고안을 두고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 공론화가 충분히 이뤄졌는지 등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 나왔다.
공론화위원회가 정부에 최종 권고안을 제출하기 전 전문가와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마련한 공개토론회에서 “부지선정까지 남은 5년6개월이란 시간은 매우 촉박해 지켜지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숭평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민들에게 공론화하고, 지질 조사, 선별평가, 주민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부지를 확정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다”며 “더 큰 문제는 국민에게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해 정확히 알리고, 처분시설 후보지 지역 주민에게는 별도의 교육과 홍보도 해야 하나, 정책결정권자를 신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주민과 환경단체 등의 거센 저항이 예상되기에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수용을 이끌어낼 의사결정 구조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청객으로 참여한 경주 YMCA 관계자는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장을 경주로 선정하는 데도 19년이 걸린 점을 생각하면 5년 6개월은 불가능하다”며 “또, 원전에 임시 보관된 고준위 폐기물을 갖고 나가겠다고 한 약속도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아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져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용후핵연료를 영구처분 하기 전에 보관할 시설인 ‘처분전보관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권고안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발전소 내 단기 저장시설을 지으려다 지역주민과 갈등이 생길 것”이라며 “중간저장시설을 반대하는 원전 지역 주민들의 입장을 알면서도 처분전보관시설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고 가능성을 남겨둬 문제를 더 꼬아버렸다”고 말했다.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원자력발전소 자체가 발전시설이면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다”며 “임시저장시설이 발전시설과 어떤 관계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정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영구처분 부지 확보가 지연되면 처분전보관시설 건설도 어렵게 된다”며 “사용후핵연료를 직접처분하든 재처리하든 일정 기간 중간저장은 필수적이므로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은 건식저장 방안을 권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용핵연료 영구처분시설 관리 방안을 추진할 ‘사용후핵연료기술관리공사(가칭)’를 신설하자는 권고안에 대해서도 “안전성을 담보로 해야 하는 사업에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민간사업자가 들어오면 안전은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크다”는 비판이 잇따라 나왔다.
원전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는지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경주지역에서 활동한 오영석 동국대 교수는 “정보공개가 덜 된 상태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공론화한 것은 공론화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고,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시설을 운영하는 원자력환경공단 관계자는 “선진국처럼 TV토론을 통해 공론화해 가능한 많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사용후핵연료와 관련한 안전성, 신뢰성 문제를 알렸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홍두승 사용후핵연료공론회위원회 위원장은 “토론회에서 지적한 의견들을 검토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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