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내 집 마련을 원하는 누구에게나 연 1%대 초저금리로 돈을 빌려주겠다며 도입하기로 한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의 출시를 또다시 무기한 연기했다. 당초 예상보다 주택ㆍ금융시장 여건이 빠르게 변한 데다 최근 가계부채가 1,100조원을 돌파하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관련 부처 간 엇박자에 상품 수요자인 소비자를 도외시한 점 등을 고려하면 정책 신뢰도의 추락은 불가피하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16일 올 상반기 예정돼 있던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의 시범사업(3,000호) 시행 일정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 3~4월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금융위원회가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을 내놓아 흥행에 성공, 정책 혼선 논란이 일자 한 차례 연기 방침을 밝혔는데 이번에 재차 미루기로 한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급증하는 가계부채다. 김재정 주택정책관은 “시범사업 규모만 보면 부채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만, 자칫 수요를 촉발시켜 대출이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최근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로 접어들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1.75→ 1.5%)조치까지 이어져 상품의 매력이 떨어진 점도 이유로 들었다. 애초 침체된 주택시장에 불쏘시개가 되길 기대했던 만큼 현 상황에선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상품을 기다리던 소비자들은 두 차례나 출시를 연기한 당국의 처사에 대해 강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상품 출시계획이 나온 직후부터 가계부채 문제가 꾸준히 지적됐음에도 출시 연기 등 미봉책으로 대응하는 등 정부의 안일함이 그대로 노출됐다는 것이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정부가 시행 계획이나 기준을 밝히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란만 커지게 됐다”며 “정책 적합성을 엄밀히 판단해 폐기 또는 출시여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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