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자국의 A급 전범들을 단죄한 극동군사재판(도쿄재판)의 검증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지난해 위안부 강제성과 관련한 ‘고노 담화’를 검증한데 이어 일본 우익진영이 멋대로 전후체제를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전후 일본을 점령 통치한 연합국군총사령부(GHQ)에 의한 정책, 도쿄재판, 현행 헌법을 만든 과정 등을 검증하는 새로운 조직의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 조직은 도쿄재판이 일본의 ‘침략전쟁’을 인정한 배경부터 검증할 계획이다. 또 아베 총리가 ‘원안을 GHQ의 문외한들이 8일만에 만들었다’고 평가절하한 현행 헌법이 만들어진 과정을 돌아보고 개헌의 필요성을 부각시킬 계산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GHQ가 점령통치 중 전승국의 역사관을 침투시키기 위해 ‘워 길트 인포메이션 프로그램’(War Guilt Information Program)이란 조직적 선전을 추진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과 관련한 검증도 밀어붙일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아사히(朝日)신문이 ‘전쟁 때 제주도에서 여성을 강제로 연행했다’는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씨의 발언에 관한 보도를 취소한 것과 관련, 당시 보도가 미친 영향을 검증하는 자민당내 ‘일본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특명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제언을 내놓을 예정이며 새 조직이 특명위원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새 조직은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자민당 정조회장의 산하에 설치돼 이르면 이번 정기국회 중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이나다 정조회장은 지난 2월 ‘판결주문은 받아들이지만 (판결의)이유에 대한 판단에까지 구속될 이유는 전혀 없다’며 도쿄재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바 있다.
도쿄재판이나 일본의 헌법을 만든 과정에 관해 검증하는 것은 일본의 전쟁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합당한지, 무력행사와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를 유지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려는 의도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이런 작업은 전후질서를 부정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이란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재판은 2차 대전 후 일본의 전쟁 범죄자를 심판하기 위해 열렸으며 종전 다음 해인 1946년부터 심리가 시작됐으며 재판부는 1948년 11월12일 피고인 25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일본 총리 등 7명에게 교수형, 16명에게 종신 금고형, 1명에게 금고 20년, 다른 1명에게 금고 7년이 각각 선고됐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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