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후보를 사실상 친중국 인사로 제한한 선거안에 대한 입법회(국회 격) 표결을 앞두고 찬성파와 반대파간 충돌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나타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15일 폭발물 제조 등 혐의로 급진주의 민주화 세력 10명을 긴급 체포하고 폭발물과 기폭장치, 공기총 등을 압수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들이 민주주의 실현을 목표로 지난 1월 ‘전국독립당’을 결성한 뒤 폭발물을 준비해 왔으며, 입법회 등에서 폭발물을 터뜨리려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체포는 홍콩 입법회가 중국 중앙정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대한 표결을 코 앞에 둔 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홍콩 입법회는 17일부터 행정장관 선거안을 심의한 뒤 19일 최종 표결을 할 예정이다. 선거안은 재적의원 70명 중 3분의 2인 47명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이에 앞서 중국 중앙정부는 지난해 홍콩 행정장관 후보 추천 위원의 과반인 600명 이상의 지지를 얻은 인사 2, 3명에게만 최종 후보 자격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 행정장관 직선제 방안을 마련했다. 그 동안 홍콩 행정장관은 1,200명의 후보추천위원회의 간접 선거를 거친 뒤 중앙 정부의 승인으로 선임이 됐지만 2017년부터는 직접 선거를 통해 뽑게 된다. 그러나 홍콩 학생들과 범민주세력은 중앙 정부의 선거안은 행정장관 후보를 사실상 친중국 인사로 제한한 것으로 ‘가짜 직선제’란 입장이다. 지난해 홍콩에서 79일 동안 ‘센트럴을 점령하라’란 이름으로 거리 점거 민주화 시위가 벌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중앙정부에서 의원 표를 매수하려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렁쿽훙(梁國雄) 사회민주연선(社會民主連線) 주석은 최근 한 중개인이 선거안에 대해 찬성표를 던지면 거액을 주겠다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에는 1억위안(약 180억원)을 제안 받았다고 밝혔다가 나중에는 ‘2세대가 충분하게 살 수 있는 액수’로 말을 바꿨다. 홍콩의 검찰 격인 염정공서(廉政公署ㆍICAC)는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장샤오밍(張曉明) 중앙정부홍콩연락사무소 주임은 “중앙 정부가 3억위안으로 의원들을 매수하려 했다는 주장은 황당해서 웃음만 나온다”고 일축했다.
한편 렁춘잉(梁振英) 홍콩 행정장관은 16일 “선거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중앙 정부의 결심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14일 민주화 세력을 겨냥,“중국에서 색깔혁명은 가능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홍콩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입법회 주변에 7,000여명을 배치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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