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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청춘합창단 '통일 하모니' 유엔 수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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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청춘합창단 '통일 하모니' 유엔 수놓다

입력
2015.06.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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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남자의 자격' 통해 50명 결성

3년 준비해 뉴욕 본부서 꿈의 무대

"같은 또래로 남북 합창단 구성, 서울·평양서 아리랑 부르고 싶어"

하얀 양복에 빨간 나비넥타이, 원피스로 차려 입은 청춘합창단이 1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마이웨이'등을 열창하고 있다. 유엔대표부 제공
하얀 양복에 빨간 나비넥타이, 원피스로 차려 입은 청춘합창단이 1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마이웨이'등을 열창하고 있다. 유엔대표부 제공

“통일을 위해 뭉친 남북축구팀처럼 우리와 같은 또래로 구성된 북한 ‘청춘합창단’과 함께 ‘아리랑’을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부르는 게 다음 목표입니다.”

평균 연령 65세 할아버지 할머니 50명으로 구성된 청춘합창단의 권대욱(64) 청춘합창단 단장은 1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 공연을 마치고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꿈”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청춘합창단은 이날 유엔본부 내 경제사회이사회 회의장에서 ‘그리운 금강산’’가고파’ 등 10여 곡을 불렀다. 세계를 향해 띄운 남북통일 염원의 메시지다. 공연에서 준비된 마지막 곡인 ‘아리랑’ 합창이 끝나자 우간다 외교장관인 샘 쿠테사 제69차 유엔총회 의장 등 400여명이 기립박수를 보냈다.

권 단장은 “3년 넘게 준비해 온 절실한 꿈의 무대였는데 이를 이뤄 정말 감개무량하다”며 가슴 벅차했다. 2011년 KBS2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을 통해 결성된 청춘합창단은 “통일을 위해 노래하자”며 3년 전부터 유엔 공연을 계획했다. 2010년 신장과 간 이식 수술을 받고도 이번 공연을 준비해 온 단원 이만덕씨는 “힘든 과정을 뚫고 여기까지 왔는데…”라고 울먹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권대욱 청춘합창단 단장
권대욱 청춘합창단 단장

청춘합창단의 유엔 공연 준비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유엔본부측에서는 청춘합창단이 통일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북한도 회원국인데다 이번 공연이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윤학수 청춘합창단 대외협력처장은 “남북 분단 70년”을 강조하며 10여 차례 메일을 보내 유엔본부 직원을 설득했다. 결국 ‘그리운 금강산’합창 때 금강산 영상 사용 금지 등 몇 가지 전제를 달고 지난 2월 공연 허락을 받아냈다.

유엔 설득보다 더 큰 문제는 ‘돈’이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의사 등 60여명이 8박9일 일정으로 움직여야 하는 청춘합창단의 미국행에 드는 비용은 약 2억5,000만원. 권 단장은 직접 기업 100여 곳을 찾아가 취지를 설명해 후원비를 마련했다. 청춘합창단 지휘자 김상경씨는 “문전박대한 기업도 있었다”며 “소셜펀딩으로 마련한 7,000만원도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청춘합창단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유엔 공연 욕심을 낸 건 6ㆍ25를 겪은 세대가 직접 나서 “통일의 가교”가 되어야겠다는 일념에서다. 권 단장은 “이데올로기를 떠나 우리 민족이 살길은 통일”이라며 “우리보다 윗세대는 통일에 대한 열망이 뜨거운데 이를 실천할 힘이 없고 반대로 젊은 세대는 통일에 대한 관념조차 없어 유엔이란 평화의 전당에서 합창을 해 통일의 필요성을 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세계 노인학대 인식 제고의 날’(6월15일)에 맞춘 것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청춘합창단은 통일과 더불어 ‘노인’을 또 하나의 공연 주제로 삼았다. ‘마이웨이’ ‘인생은 70부터’ 등이 그런 의미를 담은 곡들이다.

앰배서더코리아 사장인 권 단장은 청춘합창단으로 제2의 삶을 즐기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서른 다섯에 한보건설 최연소 사장에 오른 뒤 유원건설 극동건설 등의 최고경영자를 지냈다. 고도성장기의 건설회사 경영이었으니 평생 쉴 틈이라곤 없었다. 권 단장은 “청춘합창단은 잃어버린 내 젊은 시절 꿈을 찾고자 시작한 일”이라며 “청춘합창단 활동을 통해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란 인식을 확산시키고 노인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시군 단위로 청춘합창단을 조직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연을 본 오준 주유엔 대사는 “나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보여준 청춘합창단의 열정에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유엔본부 공연을 마친 청춘합창단은 17일 워싱턴DC에서 현지 동포 등 앞에서 한 차례 더 공연 한 뒤 20일 귀국한다.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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