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는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62)가 15일 “워싱턴을 뜯어고치겠다”며 2016년 대선 출마를 공식으로 선언했다.
공화당 최대 잠룡으로 분류되는 부시 전 주지사는 이날 고향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최대 커뮤니티대학인 데이드칼리지에서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출사표를 던졌다. 공화당 주자 가운데 11번째이다. 그는 41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차남이자 43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이다.
멕시코 출신 부인을 둬 스페인어에 능하며 이민개혁을 통해 불법이민자에게 합법적 신분을 부여하는 데 적극적이어서 내년 대선 승부의 향배를 좌우할 히스패닉계의 지지가 단단한 후보여서 돌풍 가능성이 주목된다.
그가 만약 대권을 거머쥘 경우 ‘세 번째 부시 대통령’이 탄생해, 한 가문이 같은 당 출신으로 대통령을 연속 3차례 독식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이 세워진다.
특히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대통령이 대세몰이에 나선 가운데 그의 출마로 대선 레이스에서 민주ㆍ공화 양당의 정치 명문가인 ‘클린턴-부시’ 가문의 정면 대결이 펼쳐질지 주목된다.
부시 전 주지사는 이날 영어와 스페인어로 번갈아 한 연설에서 “우리는 다이내믹한 미국의 활기 없는 수도인 워싱턴이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하겠다”며 "나는 우리가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또 “워싱턴의 온실 속 화초와 같은 엘리트 정치인들 사이에서 단지 최고의 자리로 올라가는 또 다른 대통령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워싱턴의 전체적인 문화에 도전하고 뜯어고칠 의지를 지닌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상원의원들이 줄줄이 포진한 당내 경선 레이스에서 워싱턴 중앙정치를 대수술하는 후보로 자신을 차별화한 것이다.
이어 부시 전 주지사는 1,900만 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미국 경제를 4% 성장시키겠다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미국 경제를 증권 시장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경제성장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또 “대통령직이 민주당에서 또다시 민주당으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자신이 민주당 후보를 꺾을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이날 부시 전 주지사의 출정식에 아버지 부시와 형 부시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모친인 바버라 부시 여사만 그의 선언을 지켜봤다. 출마선언에 앞서 14일 ‘Bush’라는 성을 지우고 ‘Jeb! 2016’이라는 선거로고를 발표하고 자신은 다르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띄운 것의 연장선이다.
악몽의 이라크전과 2008년 금융위기 등의 장본인으로 지목되는 형의 집권시기 등으로 인해 미국민이 느끼는 ‘부시 피로감’을 고려해, 자신은 2명의 부시와는 다른 대통령이 되겠다는 점을 부각한 선거전략이다.
특히 최근 그는 “형의 입장이었으면 이라크전을 감행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엄청난 비난이 빗발치자, 결국 “만약 가정적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면 나는 이라크전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말을 바꾸는 등 황급히 형과의 차별화에 나선 바 있다.
부시 전 주지사는 13일 방송을 탄 CNN 인터뷰에서도 “젭은 조지와 다르다. 젭은 젭”이라며 “나의 인생 스토리는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부시 전 주지사는 출마 선언을 미룬 채 6개월간 전국 투어를 했다. 6월 말 현재 1억달러(1,000억원) 규모의 선거자금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당내 지지도는 대체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나 그렇다고 클린턴 전 장관처럼 독주하는 것도 아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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