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패션기업인 신원그룹의 박성철(75) 회장이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고강도 수사를 벌일 방침인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현재로선 국세청이 고발한 단순 탈세 사건이지만, 검찰 수사과정에서 횡령ㆍ배임 등 혐의가 추가 포착돼 전형적인 기업비리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지난 4월 국세청이 고발한 박 회장의 탈세 사건 관련 자료들에 대한 분석작업을 끝내고 조만간 본격 수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올해 초 서울국세청은 신원그룹 특별세무조사를 통해 박 회장이 2003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과 함께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가족과 지인 등 명의로 그룹 지주회사격인 ㈜신원 주식을 사들이고도 증여세를 내지 않은 혐의를 적발했다. 서울국세청은 박 회장 지분을 증여받은 부인 송모씨와 지인들에게 190억여원을 부과하는 한편, 박 회장을 신원그룹 소재지(서울 마포구) 관할청인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그러나 대검찰청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겼다.
검찰은 일단 박 회장이 종합소득세와 증여세 등을 합해 총 18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차명주식 보유 사실을 숨기고 경영권을 계속 유지한 데 대해선 사기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신원의 보유지분(16.77%)을 모두 포기했으나 2003년 이후부터 다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신원의 1대 주주는 박 회장 부인 송씨가 최대주주(26.6%)인 광고대행사 티엔앰커뮤니케이션즈다. 2001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03년부터 ㈜신원의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박 회장 측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박 회장이 경영권을 되찾는 과정에서 정ㆍ관계 로비를 한 사실이 있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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