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매ㆍ원자력병원 응급실 등
건대병원에서도 메르스 첫 환자
삼성병원 입원자들 이송 기피까지
환자들 "어디로…" 의료대란 가시화
"삼성병원, 메르스병원 지정" 주장도
서울의 14개 상급종합병원 중 한 곳인 건국대병원에서 15일 처음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대전 건양대병원이 부분 폐쇄 조치됐으며, 서울시보라매병원과 원자력병원도 응급실을 잠정 폐쇄했다. 국민들이 메르스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대형병원이 이날 하루에만 4개가 줄고, 삼성서울병원 입원 환자들은 다른 병원 이송이 거절되는 등 의료대란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의 대형병원들 가운데 메르스 발병을 피한 곳은 ‘한수이북(漢水以北)’ 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메르스 격리자가 5,000명을 넘고 확진자가 대형병원들에서 속속 발생하고 있어 이마저도 안심하기 힘든 상황이다.
건국대병원은 난도 높은 중증질환 진료를 담당하는 전국 43개 상급종합병원 중 한 곳이나 이날 처음 메르스 발병이 확인됐다. 이 병원에 지난 6월 입원한 76번 환자(75ㆍ사망)와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의 보호자가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지난 3일 36번 환자(82ㆍ남)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간호사(39ㆍ여)가 확진 판정을 받은 건양대병원에는 외래와 중환자실 신규환자를 받지 않는 부분 폐쇄 조치가 내려졌다.
병원들 사이에선 삼성서울병원 환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날 부분 폐쇄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801명에서 779명으로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입원 환자들이 세브란스 서울아산 서울대병원 등 다른 대형병원으로 옮기고 싶어도, 중증환자가 아닌 이상 다시 외래진료부터 받아야 하고, 이들 병원의 병상도 꽉 차 있어 사실상 옮길 수 없는 상태다. 더구나 주변의 중대형 병원들은 “삼성서울병원서 오는 환자는 메르스 감염여부가 불분명해 받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자력병원은 삼성서울병원에 이 달 4,5일 입원했던 환자가 전날 응급실을 찾았다는 이유로 이날 오후 늦게까지 응급실을 폐쇄하기까지 했다.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사망하면 장례식장에서조차 거부당하는 등 삼성서울병원 환자 전체에 대한 낙인이 심각한 상황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하루 평균 200건에 달하던 수술은 이날 8건에 그쳤으며, 5,000여명 가까이 예약돼 있던 외래 진료 환자는 633명만 다녀갔다. 보라매병원은 삼성서울병원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55ㆍ남)가 지난 5일 아들 외상 치료를 위해 1시간30분 가량 응급실에 체류한 것을 확인, 14~16일 응급실을 폐쇄 조치했다.
이처럼 삼성서울병원 환자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이들의 메르스 감염 우려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삼성서울병원을 아예 메르스 치료병원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의료 전문가는 “삼성서울병원은 국내에서 중환자 치료 시설이 가장 잘 돼 있고 우수한 의료진이 있는데다, 메르스 2차 확산의 진원지인 만큼 도덕적인 관점에서라도 메르스 치료병원으로 지정돼야 한다”며 “많은 병원들의 어려움을 감안해서라도 삼성서울병원이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에는 국립중앙의료원(11명)보다 많은 24명의 메르스 환자가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메르스 확진자는 총 5명이 추가돼 150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3명이 3차 감염자에게 옮은 것으로 밝혀져 현재까지 4차 감염자는 5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주말을 고비로 진정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정부 예측과 달리 메르스는 격리자가 5,200명을 넘어서는 등 계속 확산되는 양상이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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