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행사 염두 정부 성명, 실종 국민 2명 송환 통보 등 불구
"신년사 재판" 전문가들은 회의적… 한미훈련 중단 등 北 전제조건은
우리 정부 무조건 대화 원칙과 상충, 일각선 "유연성 발휘할 필요" 지적
북한이 6ㆍ15 남북공동선언 15주년에 맞춰 남북 당국간 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현실적으로는 성사가 불투명해 보인다. 북한은 도리어 6ㆍ15 공동선언을 명분 삼아 남북관계를 복원시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한편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압박 차원에서 대화카드를 들고 나왔을 공산이 크다.
남측에 공 떠넘기며 대북 정책 전환 촉구 의도
북한의 전격적인 대화 제의는 8ㆍ15 광복 70주년 행사를 직접 겨냥한 것으로 우선 해석할 수 있다. 6ㆍ15 남북 공동행사가 무산된 상황에서 8ㆍ15 무렵까지 남북관계를 방치할 경우 남북 모두 돌파구를 마련하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이라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 성명’은 공식적인 입장 발표로는 최고 수준의 성명으로 메시지의 무게를 실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또 이날 북중 접경지역에서 최근 실종됐던 우리 국민 2명의 송환을 통보하는 등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화 의지를 내보였다.
그러나 당국자와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늘 주장해오던 얘기로, 크게 새롭지 않다”는 회의적인 기류가 강하다. 북한은 올 초 신년사에서도 한미군사훈련 중단 및 5ㆍ24 조치 해제 등 각종 대화 전제조건을 내세워 최고위급회담(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바 있어 신선함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이번 대화 제의도 경색된 남북관계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게 전가시키는 한편 대북정책의 전환을 촉구하는 의도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 ‘박근혜정부가 움직이면 우리도 움직인다’는 원칙을 표명하며 공을 남측에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6ㆍ15 공동선언 명분을 되새기며 우리 내부의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일종의 흔들기 목적도 있어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제조건 해제 쉽지 않아, 전문가들 유연성 주문
문제는 북한이 내세운 대화 전제 조건들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단 회담 테이블에 나오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실제 대화 국면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도 지금까지 견지해온 원칙이 있는데, 성명만 보고 새로운 답을 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당장 민간교류에서부터 북한이 얼마나 호응해오는지 여부를 보고 좀 더 구체화시킬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부당한 전제조건을 달지 말고 대화에 응하라”는 기본 메시지만 반복할 게 아니라 유연성 있는 후속조치를 통해 우리도 얼마든지 호응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제조건을 무작정 안 된다고 받아 칠 게 아니라 성의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한미군사훈련도 당국간 회담이 열리면 얼마든지 기간이나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식으로 유연하게 접근하라는 조언이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민간 차원의 교류 확대와 경제 협력 분야에서 지금보다 더 전향적인 정책 전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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